어디선가 외국 밈을 본 적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플레이리스트와 나 혼자만 꽁꽁 싸매고 숨어서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우스꽝스럽게 비교한 밈이었는데, 이 밈을 보자마자 공감이 돼서 빵 터진 기억이 있다.
나 또한 대외적 플레이리스트와 개인적 플레이리스트의 분위기 차이가 꽤 큰 편이다.
가끔씩 사람들 앞에서 내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괜히 비밀 플레이리스트가 알고리즘으로 인해 밝혀질까 봐 조마조마했던 순간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밝혀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음악들인데 말이다.
오늘은 내가 비밀스럽게 사랑했던 밴드, Cibo Matto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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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bo Matto는 1994년 뉴욕시에서 혼다 유카와 미호 하토리가 결성한 미국의 록 밴드이다.
이탈리아어로 Cibo Matto는 ‘미친 음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밴드의 이름에 걸맞게 음식과 관련된 곡들이 많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Birthday cake, Sugar water, Know your chicken
사실 이 밴드를 알게 된 것은 원년 멤버 때문이 아닌, 1997년에 세션 멤버로 합류한 존 레논의 아들 션 레논 때문이었다.
션 레논의 음악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꽤 들었는데, 션 레논의 솔로 활동 이전에 잠시 밴드 생활을 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고 찾아본 밴드가 바로 Cibo Matto였다.
처음에 음악을 듣고 20여 년 전 활동한 밴드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고, 어딘가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들만의 독특함에 곧바로 LP까지 사버렸다.
Sugar Water
Sugar Water는 설탕이 물에 녹듯, 사랑도 그렇게 스며들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함을 노래하는 곡으로, Cibo Matto답게 음식으로 시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풀어낸 곡이다. 멜로디 또한 몽환적이고 반복되기 때문에 가사와 더욱 잘 어울리는 노래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데, 뮤직비디오의 감독이 <이터널 선샤인> 감독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이다. 화면이 좌우로 분할되어 왼쪽 화면은 정방향, 오른쪽 화면은 역방향으로 재생되다가, 마지막 두 화면이 하나로 절묘하게 연결되는 구조로 그의 실험적인 연출 스타일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Birthday Cake
이 곡은 1996년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Cibo Matto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중 하나이며, 그들의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트랙이다.
이 곡의 가사는 처음 들으면 단순히 엄마가 아들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고, 그걸 먹게하는 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사를 자세히 보면 음식에 대한 집착적인 표현들이 넘쳐나며 어쩐지 이상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Cibo Matto 음악 중 가장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다.
1997년 라이브 무대 영상을 보면 이 곡의 분위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으며, 1절이 끝나고 나오는 키보드의 엉뚱한 사운드가 실제 음원보다 잘 드러나는데,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Moonchild
첫 정규 앨범 Stereo Type A에 수록된 Moonchild는 이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과 달리 가장 감성적인 멜로디를 지녔다.
뉴에이지와 일렉트로닉 요소를 결합한 스타일로, 도저히 90년대의 노래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음악이다. 이 앨범의 완성도를 통해 Cibo Matto의 한계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의문을 갖기도 했으며, 그만큼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좋으니 꼭 전곡을 다 들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