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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동그란 두 개의 눈과 엑스 자로 된 입을 가진 하얀 토끼."

   

이렇게만 설명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한 번에 '미피'를 떠올릴 것이다. 언제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억 속에 있는 캐릭터. 이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인 캐릭터인 미피가 벌써 70번째 생일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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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린 미피 70주년 생일 기념전 '미피와 마법 우체통'은 미디어 인터랙티브와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풍부하게 기획되었다.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가 이번 기념전의 바탕이 되는 테마인 만큼 전시의 도입부는 커다란 우체통으로 시작되고, 전시 공간 곳곳에 미피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낸 편지들이 숨어 있다.

 

전시 공간의 동선을 따라가며 이 편지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도 이 전시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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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을 지나 미피의 집, 미피가 사는 동네(리틀 스퀘어), 숲, 미피의 꿈나라로 이어지는 전시의 흐름은 관람객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 주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미피의 집을 지나 미피가 다니는 학교와 식당, 카페, 버스 정류장을 구현한 리틀 스퀘어를 돌아보다 보면 나 역시 이 세계의 일원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공간마다 그곳과 연관된 미피 동화책을 비치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주 유효했다. 동화책을 읽고 나서 그 배경이 되는 공간을 돌아보는 것이 훨씬 흥미로울 것임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큼지막한 조형물과 작은 소품(피규어, 관련 굿즈 등)이 조화를 이룬 전시 공간은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미피의 세계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여 더욱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기념전의 백미는 이처럼 다양한 체험 요소다. 미피네 집 텃밭에서 당근을 뽑아 보고, 미피의 침실에서 침대에 앉아 보고 스위치를 이용해 창문 너머 하늘을 낮과 밤으로 바꾸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옷장에서는 옷걸이를 이용해 다양한 옷을 입은 미피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미디어 요소라 감탄했다.


집을 나서서 동네로 가면 친구네 집 초인종을 눌러 볼 수도 있고, 식당에서는 주어진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아 요리를 만드는 미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숲을 재현한 공간으로 들어가면 유령으로 변장한 미피를 커다란 미디어 월에서 찾아내는 미션을 주는데, 직접 월을 터치하면서 진행할 수 있어 더욱 실감 나고 재미있다.

 

숲을 지나 꿈나라로 넘어갈 때 작은 오르막을 걸어 올라갈 수 있게 한 것도 체험의 한 요소 같았는데, 현실적인 영역이 아니라 '꿈'이라는 비현실적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관람객이 직접 걸으며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하게 예쁜 포토존도 물론 많았지만, 500평이 넘는 공간을 널찍하게 활용하며 배치된 다양한 체험은 이 전시를 넘치게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요소였다. 게다가 미디어 인터랙티브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었고,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 몰입도 역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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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했어도 사실 충분히 만족했을 텐데, 이후에 이어지는 작가의 공간이 이 전시를 더욱 차별화시켰다.

 

미피는 익숙해도 작가인 '딕 브루너'는 생소했는데, 그의 철학과 고민이 담긴 전시 공간을 통해 미피와 작가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간결함의 미학(Less is More)을 바탕으로, 단순한 표현을 통해 많은 것을 전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나이와 언어를 초월해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얻게 되었다는 것에서 동화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덧붙여 이 공간에서만 알 수 있었던 디테일도 정말 흥미로웠다. 미피의 옷 색마다 그 의미가 있고(예를 들어 초록은 전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파랑은 두려움과 추위를 그릴 때 필요한 색이다), 항상 똑같지 않을까 했던 미피의 눈동자 크기가 상황에 따라 커지고 작아진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그 외에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튜디오, 작가의 다른 캐릭터나 일러스트까지 작가의 공간 역시 풍부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편지'라는 테마, 스토리가 있는 전시 동선, 미디어 인터랙티브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다양한 체험 요소, 작가의 철학을 볼 수 있는 공간까지 기획자의 고민이 느껴져 더욱 감탄을 자아내는 전시였다. 최근 많은 전시에서 아쉬웠던 기프트샵까지 다양한 굿즈와 한정판 상품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어 전시의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퇴장할 수 있었다. 물론, 전시 공간이 넓어 관람이 매우 쾌적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2024년 11월에 시작된 이번 전시는 올해 8월 17일까지 안녕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계속된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와 함께해도 좋을 이 전시에서 따뜻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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