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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 속에는 웹매거진이 판을 친다. 나의 관심사가 아무래도 그쪽이다 보니, 알고리즘이 유독 매거진 쪽으로 발달하여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도 족히 5개 이상의 새로운 매거진 계정과 마주한다.

 

사실 이제는 정말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에디터’가 될 수 있는 편집의 시대니까. 이런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난 그래서 이 시대를 본격적으로 즐겨보기로 했다! 파도처럼 물밀듯 몰려오는 웹매거진 시대에, 등대 하나를 세웠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내가 켜둔 등대의 불을 따라 조금 더 수월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항해할 수 있도록.


그렇게 세운 등대의 규칙은 총 4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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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말 그대로 ‘news’, 즉 새로운 소식이나 사건, 가십거리 등을 전달하는 계정은 최대 3개까지만. 이것이 에디터들에게는 가장 ‘가성비’ 좋은 콘텐츠이겠지만, 다채로워질 수 있는 웹매거진 시대를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매거진은 누군가의 반응이 있어야 유지가 되고, 이어 나갈 수 있는 매체이긴 하다.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수익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저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그 매거진의 가치를 매기긴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뉴스 속보로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퍼진다. 그럼 매거진 계정들은 우후죽순 그 사실을 전달하는 콘텐츠만을 제작해 올린다. 독자들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그 엄청난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워낙 자극적이거나, 놀라운 일이기에 자연스레 본능적인 반응이 이어지는 것. 그 게시물은 그저 사람들의 본능적인 감정으로 인해 ‘반응이 좋았던’ 게시물이 되어버린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에디터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사고들만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난 이게 매거진과 뉴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 같아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온 매거진들은 이런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며칠을 고민해 떠올린 참신한 주제로 어울리는 사진을 촬영하고 또, 아름다운 레이아웃으로 보기 좋게 정리하고. 그렇게 한 장을 펼칠 때마다 예쁘게 플레이팅한 고급 음식 먹는 기분이 들어야 매거진인데. 지금 이건 한낱 패스트푸드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난 이런 ‘news’를 전달하는 계정은 정말 최소한만을 구독하려고 한다. 소식 전달이 누구보다 빠르다거나, 혹은 전달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킥이나 정성이 있는 매거진 계정들로만. 이런 등대가 없던 시절엔 정말 무슨 사건 하나가 터지면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그 사건에 대한 게시물만 줄줄 나올 때가 있을 정도였다.


둘째, 레이아웃과 편집 방식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들로.

 

매거진이란 위에서 이야기했듯, 레이아웃과 편집 방식만으로 그 매력과 개성이 좌지우지된다. 그게 곧 그 매거진의 첫인상이니까. 특히 종이 잡지에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났다. 엘르, 지큐, 코스모폴리탄 등 규모 있는 잡지사를 떠올려보면 자연스레 그 표지와 그들만의 편집 방식이 떠오르지 않는가.


하지만, 최근 웹매거진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모든 표지가 대충 주제에 맞는 고화질의 사진을 배경으로 하고 우측 정렬한 제목. 시시하고 재미없다. 웹매거진마다 그런 표지만이라도 달랐으면 좋겠달까. 물론 내가 직접 매거진 계정을 운영해 보니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전문 디자이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양의 콘텐츠를 쳐내려면 매거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표지가 가장 유용한 편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기어코 표지가 특이한 웹매거진 계정들을 발굴해 내려 노력한다. 그 점에서 그 매거진은 매력을 가졌기에. 그것만으로 느껴지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기에 말이다.


표지뿐만 아니라 내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웹매거진은 표지보다 내지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위에서 말했다시피 효율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그 내지에서 유독 그 제작자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웹매거진들이 있다. 난 이런 매거진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 디테일과 센스가 구독을 결정짓게 할 정도다.


셋째, 명확한 컨셉과 참신한 콘텐츠를 갖추었다면 이 매거진은 주저하지 말고, 팔로우하라.

 

어쩌다 보니 웹매거진은 주로 패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계정이 정말 많은데, 그 와중에도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매거진들이 있다. 난 그런 웹매거진을 정말 좋아한다.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들 말이다.


과연 내가 지금 말하는 콘텐츠들이 어떤 콘텐츠인지 궁금하지 않나? 이는 후편에서 이어 나가보려고 한다. 예시 없이 설명해 보려 했건만 세 번째 규칙부터는 반드시 예시가 필요하겠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규칙으로 오늘 다시 한번 거친 파도 속에 달려들어 보자. 이번 항해는 제법 수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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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iibbb
인스타 매거진을 여럿 구독하고 있지만, 결국 끝까지 구독하게 되는 건 단순히 트렌드 채집을 하는 매거진보다는 본인만의 개성과 관점이 뚜렷한 매거진이더라고요.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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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7 00:36:5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