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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 게임이 ‘가교’가 되는 순간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이 여러 분야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의 개념을 넘어서,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적 공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확장시켜나가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상의 세계관과 서사를 ‘놀이’ 형태로 녹여내 왔지만, 기술적 발전과 플랫폼의 다양화를 통해 이제는 현실과 가상,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한층 더 공고히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중국 넷이즈(NetEase)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에그 파티(Eggy Part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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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공간들: 에그 파티 속 '놀이 세계'

 

이 게임은 레이싱, 장애물 달리기, 판 뒤집기, 화살쏘기, 배틀로얄 등의 경쟁 요소부터, '정원 가꾸기' 같은 아기자기한 커뮤니티 활동까지 폭넓은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 게임의 핵심은 공간성이다. 실제로 에그 파티에는 내 정원을 직접 꾸밀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정원에 방문하거나 선물하기·내쫓기 같은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내 '로비' 역시 단순히 매칭을 기다리는 대기실이 아니라, 운동장·분수·카페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운동장에서는 공을 차며 축구를 즐길 수 있고, 분수대의 물살을 타고 지붕이나 구름 위를 둘러볼 수도 있으며, 카페에 앉아 마치 데이트하듯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처럼 에그 파티는 현실의 장소들을 축소·재현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가상 사회생활'을 체험하게 한다. 단순한 외형만 닮았을 뿐 아니라, 플레이어들은 운동장에서 만나면 함께 공을 차며 즉흥적으로 협동·경쟁을 펼치고,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면서 친분을 쌓는다. 실제로 현실 친구와 함께 게임에 접속하면,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가 온라인으로 확장된다. 반대로 게임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람들과 친밀해지면, 실제 SNS나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에그 파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가교'로 기능한다.

 

메타버스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 게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게임 내 로비와 정원, 카페, 운동장 같은 ‘가상 공간’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때, 사람들은 그 공간에 걸맞은 행위와 의례를 자연스럽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학의 전통적 논의—예를 들어, 인간은 특정 공간에 따라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는 고프먼(Erving Goffman)의 무대 이론—와도 연결지어 해석할 수 있다. 즉, 현실 세계에서도 우리는 일터와 식당, 놀이터에서 각기 다른 규범에 따라 행동한다. 에그 파티가 보여주는 공간성 역시 이러한 사회적 문법을 디지털 세계에 재현해,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정체성과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메타버스 게임의 빛과 그림자: 자유로운 놀이 vs. 괴롭힘의 위험

 

게임 속 관계 맺기는 때로는 부정적인 요소도 동반한다. 에그 파티에서처럼 가상 세계 안에서 누군가를 내쫓거나 번개를 떨어뜨리고, 방망이로 때리는 행동은 일종의 ‘괴롭힘’이다. 이는 실제 사회에서의 갈등과 폭력적 행동을 가상으로 재현한 것에 가깝다. 물론 게임의 맥락에서 어느 정도 허용되는 장난일 수 있지만, 가끔은 이용자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중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에그 파티는 이러한 부정적 경험을 포함해 '온라인상에서 갈등이 어떻게 표출되고 해결될 수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회'를 축약해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그 파티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진입 장벽이 낮은 형태로 누구든 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별도의 콘솔이나 고성능 PC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설치·플레이가 가능하므로, 이용자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둘째, 코로나 이후 원격·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가상공간에서 교류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장’을 원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미 ‘모여라 동물의 숲’이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있는데, 에그 파티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대화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셋째, 경쟁 요소와 협력 요소가 균형을 이루며,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는 설계를 갖추었다는 점이 유저를 꾸준히 유입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가상공간의 또 다른 위험: 개인정보 보호 문제

 

한편, 에그 파티가 중국에서 생산된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개인정보 보안과 정치적 의미가 함께 얽힌다.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거대 게임은 필연적으로 각국 정부와의 관계나 글로벌 규제 이슈에 직면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선택 동의를 잘못 누르거나, 계정 연동 방식을 신중하지 않게 설정한다면 민감한 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게임이 단순히 ‘놀이와 교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국가 간 경쟁이나 정책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그 파티는 ‘메타버스적 세계관’을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상세계와 현실을 잇는 한 축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게임이 오락실이나 콘솔, PC방이라는 물리적 장소를 전제로 했다면, 이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출퇴근길이나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그만큼 가상세계는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그렇게 쌓인 경험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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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을 잇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결국 에그 파티가 보여주는 가장 큰 의의는, 가상공간 속에서 단순히 경쟁하는 데서 나아가, '함께 만드는 축제' 같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했다는 데 있다. 로비에서의 예상치 못한 만남과 즉흥적인 축구 시합, 분수 위로 올라가며 구경하는 공중 풍경, 카페 데이트를 통해 느끼는 일상적 친밀감이 어우러지면서, 게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생활세계가 된다. 특히 현실 친구나 연인이 함께 접속했을 때, 그들은 현실의 관계를 가상세계 안에 투영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기억과 모험을 공유하게 된다. 반대로 게임 속에서 사귄 친구가 현실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이런 양방향성은 메타버스가 지닌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메타버스형 게임은 향후 더 많은 예술·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이미 에그 파티 안에서는 유저들이 창작한 방 꾸미기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참여형 예술'의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더 나아가 공연이나 전시, 패션, 영화·드라마와의 융합 등, '확장된 문화 예술 공간'으로서의 게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이러한 팽창에는 각종 윤리적·정치적·사회적 문제가 뒤따른다. 게임 세계 내부의 갈등과 폭력성, 거대한 데이터 흐름, 개인정보 보호 이슈 등은 이미 충분히 논의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게임이 단지 '오락'에 머물지 않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잇는 교량이자 현대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그 파티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보여준 다양한 '놀이+사회생활'의 형성 과정은, 앞으로 메타버스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제 우리는 게임 속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여러 문화적 경험을 쌓는 일이 점차 일상화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에그 파티가 오늘날 젊은 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에게 어필하며, 글로벌 팬덤을 형성해가는 모습은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과 딜레마를 동시에 보여준다. 온라인 공간이 만들어내는 '확장된 인간관계'와 그 이면에 자리한 정치적·경제적 함의는 더 깊은 연구와 토론을 필요로 하며, 이는 곧 에그 파티가 문화사회학의 주요 사례로 거론될 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리하자면, 에그 파티는 단지 잠깐의 오락을 제공하는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가상세계 속에서 실제와 맞닿은 관계와 놀이 문화를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친구나 연인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어질 수 있고, 게임 내에서 맺어진 인연이 현실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메타버스적 특성은, 에그 파티가 오늘날 '현실과 가상을 잇는 가교'로 기능함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예다.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다양한 상호작용과 윤리적·정치적 고민은,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결국, 게임은 이제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축소판이자 확장판으로서, 우리 삶을 다채롭게 가꾸는 핵심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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