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는 무게가 실린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단어하나도 조심스러워진다. 어떻게 글을 써야 오해가 없을지, 어떻게 해야 내 진심이 전해질지 많은 고민을 하며 글을 썼다 지웠다 한다.
무서운 마음도 든다. 원래도 세상을 잘 믿지 못해 세상에게 나를 잘 들어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에디터일을 한다니, 놀랍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다양한 감정이 든다.
이 글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글이다. 힘들 때마다 꺼낼 글이다. 영원히 내 이름으로 무언가가 남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나는 이 기회를 온전히 나에게 사용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위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기록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파도를 품은 바다 같은 사람 - 나는… 강한 사람이다. 말 그대로 강하다. 몸도 강하고 정신도 강하다. 새벽이 되면 우울해서 한참을 울지만, 금방 눈물을 닦고 좋아하는 예능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내가 좋다. 감정에 충실하지만,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다.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를 품고 있는 바다 같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기억되는 사람 - 할아버지는 바다를 좋아했다. 오랜만에 놀러 온 손녀를 두고 바다에 가는 할아버지였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나보다 바다를 좋아한 게 아니라, 바다 그 자체인 나를 좋아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렇듯, 나를 떠올린다면 나의 할아버지가 같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나는 할아버지와 하나인 사람이니까.
겁이 없는 사람 - 어렸을 때 바다에 빠져 죽을뻔한 적이 있었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아빠에 의해 구조되었을 때는 조금 울고 밥을 먹고 또 바다에 들어가 놀았다. 겁이 없는 아이였고, 그런 아이가 겁이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를 잘 못 타도 결국 집에 갈 수 있음을 알기에 주변 거리를 구경한다. 도전해서 실패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음을 알기에 일단 도전한다. 나에게 겁이란 건, 벌레를 잡았다 생각한 휴지룰 들춰보았을 때 그 휴지에 벌레가 없는 것. 그것 하나가 유일하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 조금의 돈과 조금의 시간이 있다면, 일단 여행을 간다. 더 많은 세상에 품어지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공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과의 인사. 나는 이 세상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일지도 모른다.
성장하는 사람 - 하루하루 나의 성장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내가 되어있음 한다. 어떠한 성과적으로 성장도 좋지만, 정신적으로의 성장이 눈에 보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신발에 조금의 모래만 들어가도 싫증을 냈던 내가, 지금은 맨발로 해변을 뛰어논다. 이런 작은 성장들이 나를 행복하게 그리고 더 많은 성장을 하게 한다. 조급하지 않게, 나만의 속도로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다.
낭만을 품은 사람 - 아직도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기다린다. 머글로서, 기억에 남을 마법사가 될 날을 기다린다.
할아버지 말처럼 나 스스로를 믿는, 엄마 말처럼 담백한, 아빠 말처럼 용감한, 언니 말처럼 굳건한 사람으로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살아갈 것이다.
당장 내일의 내가 너무 기대된다. 얼마나 많은 세상과 인사할지 기대하며 오늘도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