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산 지 벌써 20년이 됐지만 나의 내면 속 고향은 강원도이다.
강원도에서 한 8년 정도를 살았는데 외가도 있고 어린 시절 추억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을 생각하면 늘 따뜻한 느낌이 든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서 가족끼리 강원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눈이 정말 많이 와서 며칠간 고립된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겨울 홋카이도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눈으로 인한 비행기 지연이 있을 수 있고 관광객이 많은 것을 힘들어하고 때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설 연휴라는 합법적인 휴무에 고립이 되면서 여기가 홋카이도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이 많이 온 첫날에는 아빠와 시골 한 바퀴를 걸었는데 고요하게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주는 여운은 글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서울에서는 늘 바쁘고 정신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요하게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쉼을 느낄 수 있었다. 우산을 가져갔지만 옷도 젖고 신발도 젖었는데 그게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순간이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다.
둘째 날에는 가족들이 감기 기운이 있었고 눈도 정말 쉴 틈 없이 내려서 고립을 더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올 줄 알았으면 더 따뜻한 옷도 가져오고 눈에 강한 신발도 챙겨올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산책도 더 많이 하고 눈이 가득 쌓인 곳에서 누워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 이후에는 햇살이 좋아 눈이 녹기도 해서 커피도 사러 나가고 강원도 토속 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가기도 했다. 눈이 많이 와서 다른 지역에 사는 사촌들은 못 내려 오기도 했고 많은 친척들과 함께하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눈을 바라보며 평소보다 조용한 명절을 보낸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재작년에 외삼촌이 돌아가시면서 친척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릴 때 서울로 이사를 온 후에 강원도로 다시 내려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했던 기억도 있다. 그만큼 여기는 나에게 편안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었고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강원도는 나에게 이제 가면 언제 또 오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늘 더 머무르고 싶게 한다. 농담으로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은 곳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가고 싶다. 설 연휴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
이 기억을 잘 간직하며 남은 상반기도 잘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