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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어릴 적부터 공연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으면 모두 관람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티켓팅을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었고, 그렇게 주변 지인들은 종종 나에게 티켓팅을 부탁하고는 한다.


공연뿐만 아니라 프로 스포츠, 하물며 대학생 시절 수강 신청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실패의 순간은 찾아왔다. 2025년 10월, 15년 만에 완전체가 된 브리티시 록 밴드 ‘오아시스’가 한국을 방문한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밴드이기에, 나는 그 어떤 망설임 없이 티켓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일 점심에 시작된 티켓팅에, 동료들은 식사를 하러 나가 나 혼자 있는 사무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대기하였다. 그렇게 티켓 오픈 시간이 되었고, 예매 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난생처음 보는 수만명대의 대기 번호, 그리고 좀처럼 쉽게 줄지 않는 대기 번호가 실패를 예고했다.


동료들이 포장해 준 점심을 다 먹은 뒤에도, 좌석 선택 창에 접속할 수 없었다. 그렇게 티켓오픈이 시작된 지 한 시간 반여 만에 좌석 선택 창을 마주하였지만, 예상대로 모든 좌석은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티켓팅 실패가, 살면서 가장 기다려온 순간에 일어났다.

 


오아시스의 콘서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콘서트 티켓 역시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학창 시절 좋아했던 걸그룹 ‘여자친구’의 재결합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번의 실패가 액땜이라 생각하고, 티켓팅에 도전했지만 다시 한번 실패하였다. 이후 1회의 추가 공연 티켓이 오픈되었지만, 또다시 실패하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정확히 4시간 30분 동안 새로고침 버튼을 끊임없이 클릭한 끝에, 취소 표 한자리를 겨우 예매할 수 있었다.


연이은 티켓팅 실패 속에서 나의 실패 요인과 지금의 티켓팅 시스템에 대해 많은 고찰을 해보았다. 첫째는 정보력의 부족이다.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팅의 경우, 비록 추첨이긴 하나 소정의 인증 과정을 통해 선예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관심이 있었다면 충분히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바쁘기도 했을뿐더러, 주최 측의 공지가 주로 홈페이지, SNS 등에서 이루어지기에 접할 일이 많지 않았다.


티켓팅 시스템에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 흔히 ‘매크로’라 불리는 자동 클릭 시스템 등 갖가지 부정행위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런 것이 진짜 존재하는지는 나의 두 눈으로 확인해 본 적이 없기에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서버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점은 확실히 체감하였다.


접속량이 가장 몰리는 정각에 대기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좌석 선택 창에서 에러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대기를 해야 했고, 오히려 정각보다 몇 초 뒤에 대기번호를 받은 사람들이 좌석 선택에 있어 우위를 점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서버 불안정의 문제는 공정한 기회를 위해 차후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이 틀림없다.

 

 


온라인 티켓팅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공연은 물론 스포츠 관람, 명절 기차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티켓팅 시스템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세대일 것이다. 트로트 열풍으로 인해 어르신들 역시 공연 관람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티켓팅 관련 정보력, 인터넷 사용 능력, 재빠른 손, 거기에 인터넷 속도와 서버가 안정적이어야 하는 운까지 다 갖춰도 성공하기 힘든 티켓팅을 기성세대가 진행하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한 프로야구팀의 시즌권이 예상치 못한 수요로 인해 모두 마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티켓팅을 할 기회와 방법이 없어 야구장 앞에서 항상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문화 강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티켓팅 문제는 문화예술 분야와 기술 분야가 함께 손잡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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