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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오늘을 잡는 힘 [도서/문학]

솔 벨로, 오늘을 잡아라 (Seize the Day)

by 이지혜 에디터
2024.12.31 14:04

 

 

이번에 소개할 책 <오늘을 잡아라>의 저자 ‘솔 벨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가 노벨 문학상에 선정된 이유를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늘을 잡아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소외된 인간을 바탕으로 한 인물의 행적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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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인물과 주변 사람들


 

이 작품은 주인공 ‘토미 윌헬름’이 호텔에서 아침을 맞고 마지막 장례식장에 가기까지 단 하루 동안의 일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의 아내, 그의 전반적인 삶이 묘사되는데, 그가 얼마나 불완전한 삶을 살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먼저 토미의 아버지 애들러 박사는 성공한 의사이며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박사이지만, 아들에게는 그 넉넉함을 베풀 마음이 없다. 물질적으로 성공하길 원했던 아들이 그와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것에 불만을 품고 그를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사는 남들에게 아들의 직업 및 사회적 지위를 거짓으로 말하고 다닌다. 아들의 마음과 자존심보다 자신의 위신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토미는 아내와도 별거 중이다. 그럼에도 다달이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만 자식들을 마음대로 볼 수도 없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소외된 인간으로 묘사되는 그는 기댈 곳 하나 없는 삶을 부유한다. 이제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탬킨’박사를 믿고 선물 매매에 돈을 투자하지만, 박사마저도 그의 돈을 가지고 사라져 버리는 사기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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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는 어쩌다가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는 한때 배우를 꿈꾸는 젊은 청년이었다. 할리우드에서 인정받기를 원했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에 배우 일을 계속해 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고, 다른 일을 해 보기로 했을 때는 많은 시간 동안의 좌절과 고립이 그를 시기를 놓친 인물로 바꿔놓았다.


그의 좌절과 슬픔을 토닥여줄 가족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줄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뜻대로 되지 못한 아들을 외면했고, 자연스레 그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았다. ‘너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라는 아버지의 말에 토미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다만 그 분노는 아버지가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내가 요구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도움이었으며, 도움조차 필요 없는 그저 감정이었다’라고 말한다. 그가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쓸쓸함을 느꼈을지 알 수 있는 구절이었다.

 

 

 

그는 왜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았나


 

모두에게 버림받은 것만 같은, 실제로 모든 돈도 잃은 그는 거리를 배회하다 홀린 듯이 한 장례 행렬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죽은 이의 모습을 보게 된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며 눈물을 흘린다.


 

온갖 방해가 다 끝나고 살이 썩어 가는 지금에서야, 생애의 마지막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토미는 계속 울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지막이 울었으나 곧 이성을 잃고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이의 가족일지도 모른다며 수군댄다. 그렇게 이 작품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삶이 죽는 것만 못하다고 여겼을 테지만, 막상 죽은 이를 보며 흘린 눈물은 살고 싶다는 발악이었을지도 모른다. 점점 더 많은 눈물을 쏟은 건 살고 싶은 그 마음을 겉으로 표출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가 원하는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닌, 손 내밀어주는 누군가의 작은 울타리였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제각각이다.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자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미래를 위해 힘든 과정을 견디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이도 존재한다. 정답은 없지만, 때론 모든 것이 허무하고 부질없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세상 속에서 차가운 이성과 금전적 수준을 따지며 사람을 평가하는 게 과연 옳은 삶일지 되묻게 된다.

 

 


단 하루 동안 오늘을 잡기까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도래한다고 해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은 인간의 공감 능력이다. 프로그래밍으로 입력된 기계적인 공감력이 아닌, 직접 겪지 않은 일에도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 말이다. 토미가 낯선 시신 앞에서 눈물 흘리며 자신의 삶을 바라봤듯이, 일면식도 없고 직접 처한 상황이 아니라도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 아파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것도 인간의 보편적 공감에서 비롯된다.


만약 토미가 도전의 거대함에 주저앉더라도 그를 잡아줄 손길이 좀 더 강력했더라면, 외로움에 방황하는 그를 맞아줄 품 안이 좀 더 따뜻했더라면 그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그리고 그 손길과 품 안이 꼭 가족이 아닌 단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그는 꽤 살 만했을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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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는 운 좋게 살고 있다.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지위만으로 사람을 대하기엔 삶은 너무 아까울 뿐이다. 그렇기에 책 제목은 ‘오늘을 잡아라.’지만 그 뜻은 단순히 현재에 충실하라는 내용이 아니다. 소외된 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것.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기에 현재의 마음에 충실하며 일상의 작은 정성과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


실제로 작가는 이 책이 진짜 영혼을 추구하는 길을 탐구하며 그것은 우리의 바쁜 일상의 담벼락에 항상 새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진짜 영혼에 대한 추구는 현시대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그에 따른 답은 이 책을 읽은 독자 각각의 몫이겠지만, 부디 그 해답이 차가운 이성을 넘어선 너그러운 마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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