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 by LUST
지나온 결핍들은 마음에 출처 모를 구멍을 만들었다. 난 이 구멍을 메우려고 밀려 들어오는 무형의 것들을 잡아낸다. 흘러가는 것들을 내버려두지 않고 마주하는 방식으로 내면의 힘을 길러낸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글로 그것들을 기록해 나간다.
타자와 세상에 대한 사랑, 무용한 것들에 대한 애정, 꿈꿀 줄 아는 태도, 혐오와 멸시하지 않는 태도, 불의에 저항하는 태도, 초라함을 초라함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 사람의 이면을 촉각 할 수 있는 깊이, 타인의 마음을 담아내려는 노력, 더불어 사는 법을 아는 다정함, 이유 없는 친절을 나누는 힘, 유한함과 연약함에 대한 인정,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
부스러진 것들을 한데 모아 만들어낸 삶의 준거틀이다. 지나온 모든 절망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세상을 투명하게 보고, 충실하게 대하며, 사람이 좋고, 무모하고,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사람들에게는 종종 죽을 때까지 마모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다. 삶을 대하는 신념과 같은 것들이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있는 힘껏 지켜내고 싶다.
기록은 삶의 근거이다. 이뤄내고 싶은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해서 뱉어내면 결국 다짐이 선명해지고, 나를 이끌어가는 동력을 형성한다. 하기에 의식적으로라도 그것들을 기록하고 마음이나 말로 담아두려고 한다. 가치관은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삶의 방향성을 찾았고, 그것들은 나를 이루는 것들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중심축이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어쩌면 어떤 모양으로든 공부하고 탐구하려는 노력과 갈망이 더해져 완성되는 듯하다. 아직도 무엇이 참된 것인지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잘 살고 싶다던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의심하지 않는다. 어리숙한 마음들이 소멸되지 않도록 잘 쥐고 있다. 여러 층위의 결심이 단단하고 견고해져 절대 무너지지 않았으면, 균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으면. 몇 번을 무너져도 또다시 기대하는 내 어리석음이 좋다. 내 끈질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