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스스로의 미를 아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관해 - 뮤지컬 아이참 Eyecharm

절대적 미가 아닌 상대적 미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24.12.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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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고정 관념을 탈피하고 개인이 정의하는 멋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뮤지컬 ‘아이참’이 지난 11월 막을 올렸다. 국립정동극장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으로 선보인창작 뮤지컬 ‘아이참’은 개인의 취향과 멋이 중요해진 이 시대, 시대를 앞섰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시의적절한 메시지와 질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감각적인 핑크색 컬러 포인트, 둥그런 턴테이블이 돋보이는 무대 위, 이 이야기는 그것들을 닮은 한 여성의 단단한 목소리로 시작한다. “상관없어요! 그게 저한테 어울리니까요.” 국내에서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쌍커풀 수술을 원했던 그녀에게 표한 의사의 호기심과 우려가 담긴 말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녀, 석주는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찾고, 구현하고,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이란 사회적 통념 속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머리를 하고 이런 복장을 해야 아름답다’는 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또 자신의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만한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 석주가 미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오엽주에서 현석주로, 나아가 여성 전체로 이어진 예술로서 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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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참’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쌍커풀 수술을 한 미용사 ‘오엽주’이다. 그녀는 1930년대 태어난 대로 사는 것이 당연했고, 제대로 된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시대를 연어처럼 거스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위생과 건강을 위한 미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엽주는 미용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을 확립하였고, 미용이 곧 예술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올곧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업적을 모티브 삼아 시작된 뮤지컬 ‘아이참’은 미용으로 예술적 실현을 이룬 그녀의 상정을 이어받은 메인 캐릭터 ‘현석주’, 그리고 석주로부터 자신의 멋을 추구하는 방식을 알아가게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넓혀진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꾸어 자아 실현을 하려는 여성을 ‘이상한 존재’로 탄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각자만의 방식과 스스로를 지키는 에너지로 나아가고자 한다.


현석주는 극중 어김없이 자신을 찾아오는 역경에도 한 톨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멋과 미’를 찾고 실현하겠다는 단단한 이정표가 있었기에 끝도 없이 펼쳐진 길을 걷거나, 갑자기 나타난 방해물을 피해 갑작스럽게 방향을 트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모두가 한 자리씩 차지한 오디션장에서 너무 튄다는 이유로 단 하나의 배역도 따지 못했을 때에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미용실이 한 순간에 화마에 휩싸여 버린 이후에도, 오로지 ‘아름다움’만을 향해 가던 자신의 방향성에 의문이 들던 때에도 석주는 자신안의 무게 중심을 단단하게 지키고 주저함 없이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토록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개성과 멋을 추구하는 석주의 빛에 매료된 여성들은 그녀로부터 스스로의 멋을 발굴하고 지키는 방법을 배운다. 먼저 석주의 미용실에서 조수로 일했던 주희는 석주로부터 사람들의 머리 모양을 다듬고 바꿔 그들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배우며 미용인으로서 자신이 나아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다.


아이참의 이야기 전개와 등장 캐릭터들의 서사가 특별한 데에는 여성 캐릭터들이 무작정 석주의 방식을 따르기 보다 석주로부터 얻은 기술과 가치관을 자신만의 것으로 녹여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다. 주희는 모두가 석주의 미용실에서 옛 것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댕기머리를 짧게 쳐내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때에도 자신의 긴 댕기머리를 지켜내는 사람이다.


그녀는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이루는 블록을 쌓아가고 다듬을 줄 아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긴 댕기머리가 가장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유지하면서도 위생을 잃지 않도록 비듬을 털어내는 일에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그녀는 석주로부터 독립 후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의 머리를 관리하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본인만의 미적 가치관을 실현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극중 주목할만한 또다른 여성 캐릭터 ‘지현서’는 극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만의 ‘미’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석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석주가 내뿜는 빛에 눈이 멀어 석주를 따라다니며 자신도 석주처럼 당당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다움을 잃어 간다.


끊임없이 미적 실현을 위해 도전하던 그녀가 마지막 도전이었던 미스코리아 대회에서조차 낙선하며 좌절하던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석주는 현서로부터 자신을 뒤흔들던 미에 대한 의심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실패로부터 비롯된 좌절감을 온 몸으로 맞이하며 흔들리는 현서의 모습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로써 뮤지컬 아이참은 완벽하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논하기 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스스로를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의 중요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흔들리는 것 또한 아름다움을 인지하기 위한 과정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는 현서와 석주의 관계성에서 알 수 있다.

 

 

 

극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무대 장치와 표현법 


 

결코 단순하지 않은 극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는 감각적인 무대 연출과 신박한 표현 방식이 톡톡한 역할을 해주었다. 우선 뮤지컬 아이참은 1930년대를 살았던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지만, 극을 보다 보면 도무지 시대를 종잡을 수 없는데, 이는 인물들의 의상과 세련된 무대 장치, 소품들을 구성을 통해 가능했다.


이렇듯 시대를 알 수 없는 무대 연출과 고전적인 시대상을 타파하는 인물의 스토리가 만나 시대를 초월하여 이 공연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드러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통념이 제시하는 대로 따르기 보다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알고 그것을 흔들림 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1930년대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시대에도 관통할만한 중요한 메시지이지 않나.


무대의 소품과 장치들은 이러한 레트로 퓨처리즘 기법을 통해 분명 과거의 것이지만 현대적으로 표현되어 극을 보는 관중들에게 이 공연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과거에 머무른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 중 여성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때 마다 등장하는 ‘구호’의 캐릭터성 또한 뮤지컬 아이참의 가장 독특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아름다움의 세포를 의인화한 것으로, 사람들이 자기다움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을 찾아갈 때 나타나는 무의식으로, 아름다움이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지 알려주는 존재이다.


그는 석주가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미를 찾아가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때, 주희가 여러 머리 모양들을 의인화한 존재들을 만나며 넓은 미용의 세계에 눈을 뜰 때, 그리고 현서가 오롯이 좌절하며 처음으로 자신다움에 대해 반문하며 흔들릴 때 나타난다.


이렇듯 각기 다른 취향과 개성을 가지고 각기 다른 어려움과 환경에 처하며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 스스로 나아가고자 하는 캐릭터들의 곁에서 함께하며 절대적이지 않은, 그렇기에 정답이 없는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구호’를 통해 뮤지컬 아이참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넓은 물음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을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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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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