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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붉은웃음>은 러시아 작가 레오니트 안드레예프의 <붉은 웃음>을 원작으로 창작된 극이다.

 

극은 1904년의 청년과 2024의 청년이 등장한다. 1인극이기 때문에 모든 배역을 배우 혼자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904년의 청년은 전쟁에서 돌아온 뒤 글을 쓰는 형이다. 동생은 전쟁에서 돌아온 뒤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해 써 내려가는 형을 바라본다. 여기서 형은 ‘붉은 웃음’을 언급하는데 동생은 형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붉은 웃음’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형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동시에 2024년의 청년과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 관리사의 모습을 드러낸다. 원룸에서 자살한 청년은 죽은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될 수 있었다. 유품 관리사는 그의 유품을 정리하고 또 버리며 청년의 죽음을 마주한다.

 

두 청년에게는 ‘죽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들이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있다.

 

러일전쟁 발발 직후 전쟁에 끌려가 동료의 고통과 삶의 무력함을 마주해야만 했던 청년과 원룸 속에서 홀로 고립되어 가며 삶의 고통을 느꼈던 청년. 다른 시기, 다른 배경에 처했음에도 그들이 죽음을 택했던 이유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통과 무력감, 고립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두 청년의 삶이 교차하여 극이 전개될수록 그들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고통에 발버둥 치던 모습, 고통에 서서히 절망하던 모습. 무대 위 연출과 어우러져 모든 장면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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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모래 위에서 연극을 진행한다.

 

모래 속에는 고독사한 청년의 유품이 있고 전쟁에서 죽어 나간 시체들이 있다. 모래 위에는 커다란 봉지의 쓰레기 더미가 차곡차곡 쌓여있고 형이 써 내려간 종이 더미, 형이 앉은 책상과 의자가 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푹푹 빠지는 모래 더미 위에서 연기를 이어가는 배우의 모습은, 그가 연기한 청년들의 모습은 어떤 때는 매우 위태롭고 어떤 때는 매우 고독해 보였다.

 

두 청년은 그 모래 위에서 삶을 끝낸다. 그들의 죽음 후 남겨진 것은 쓰레기 더미, 그들의 죽음을 마주한 이, 그들이 생전에 사용한 물건들뿐이다. 연극 후반부에 2024년 청년의 물건을 모래 더미 속에서 하나하나 꺼내는 장면이 있다. 인물은 그 물건을 찾을 때까지 모래 더미 속을 뒤지고 찾은 물건을 하나하나 정렬해 놓아둔다.

 

죽음 이후 그들이 살아생전에 써왔던 물품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음 이전의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동생은 형이 앉았던 책상과 의자에 손을 대어보고 떨어진 종이 더미를 바라본다. 이러한 장면은 죽음에 내던져진 청년을 돌아보고 인식해야 한다는, 무거운 주제 의식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속되는 삶이 아닌 죽음을 택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의식을 느낀 채 돌아보아야 한다.

   

그들이 삶에서 느꼈을 비관이 무엇이었는지, 연극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전쟁과 고독사, 그 무엇도 지금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이에 있지만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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