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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영화음악 콘서트"라고 하면, 많이는 아니지만 몇 번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 따라갔던 픽사 디즈니 콘서트, 예술의전당 홀이었던 것 같다. 무대 위로 영화 장면이 상영되었고, 당시의 나는 무척 좋았는지 공연이 끝나고 OST CD를 사서 집에 왔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소프라노 강혜정'이 주인공이었던 연말 콘서트였는데,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은 연말답게 영화음악을 소재로 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11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라는 제목의 공연을 관람하고 왔다.


"영화음악 콘서트", "시네마 콘서트"라고도 하는 형태의 공연은 매년 빠지지 않고 기획되는 공연이다. 많은 사람들은 클래식은 어려워하지만 '영화음악'이라고 하면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클래식계에 새로운 고객 유입을 위한 일종의 미끼 작전이다. 그러나 '영화음악 콘서트'하면 작곡가가 직접 기획하거나 공연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영화음악'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다루기보다는 '영화'를 매개로 '음악'을 감상하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자주 찾지는 않지만, 이번 공연은 꼭 찾게 된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무대 위로 영화 장면이 같이 상영되지 않아서. 둘째,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음악들로 구성되어서였다. 내가 몰랐던 한스짐머의 영화음악이 많았다. 그는 다작왕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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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부터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까지, 현대 영화음악의 아버지 - 한스 짐머

 

이번 기회를 통해 한스짐머의 영화음악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한스 짐머, 그는 누구인가. 보통 영화음악이라고 하면, 영화 <해리포터>의 존 윌리엄스, 아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 <시네마 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가 있다. 그들의 음악은 명확한 선율이 존재하고 가끔씩은 영화음악이 영화보다 더 기억날 때도 있다. 그러나 현대로 오면서 경향은 사뭇 미니멀리즘과 맞물리면서, 영화음악이라고 해서 뚜렷한 주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 대표 격이 바로 '한스 짐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떠올려보라. 분명 반복되는 음은 있지만, 우리가 흥얼거리고 따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영화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 또한 영화음악이다. 대사와 줄거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것, 이 또한 영화음악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스짐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작업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이었다. 영화 <이집트의 왕자, 1998>과 <마다가스카르>에서 느껴지는 통통 튀는 광활함은 그의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대서사시, 즉 에픽한 면이 있다. 그래서 최근 영화 <듄>까지 작업했었던 것이 아닐까. 확실히 모아놓고 보니까, 그의 음악에 특색이 있었다. 전자음악, 금관악기, 보컬, 팝 은근 되게 믹스한다. 아니 대놓고 믹스한다.

 

 

 

섬세하지만 강렬한,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탁월한 연주


 

그렇기에 사실 순수한 오케스트라 구성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한스 짐머의 웅장함이 순수한 오케스트라 구성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첫 곡이었던 인터스텔라의 OST는 사실 오르간의 힘이 크다. 하지만 오르간을 전자 피아노로 대체하다 보니, 특유의 웅장함을 담아내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전자음이 강조된 한스 짐머의 곡, <인터스텔라(2014)>나 <탑건(2022)>, <인셉션(2010)> 등보다 전자 사운드가 좀 빠진 옛날 곡들이 더 좋았다. 가령 <이집트 왕자(1998)>나, <글래디에이터(2000)>, <진주만(2001)> 같은 곡들이 좋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대외적으로 유명해서인지, 한스 짐머 하면 놀란 특유의 느낌만 떠올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에픽한 곡들을 마주해서 좋았다.

 

특히 지휘자 김재원의 섬세하고 강한 면이 광활한 서사가 있는 곡들이랑 잘 맞아떨어졌다. 김재원은 무릇 한 번쯤은 마이크를 잡을 법한데, 가슴에 수줍게 손을 얹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할 때면 매우 섬세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강렬할 땐 강렬했고,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탁월했다. 몇십 명의 연주자가 지휘자 김재원의 크고 시원시원한 동작에 맞춰 딱딱 들어맞게 연주하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쾌감을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러비안의 해적>의 OST는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했는데, 뭇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유명한 테마 '딴다딴다딴다 따다다다~'가 자주 나오지 않는 버전이어서 좋았다. 뻔함을 조금 상쇄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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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네마 콘서트>의 태생에서 기인하는 '음악보다도 영화가 떠올라야 한다'는 명제는 쉽게 변할 수는 없다. 음악을 듣게 하기 위해 '영화'를 끌어온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듣기 위해 음악을 본다. 함께 공연을 관람한  어머니의 아버지의 반응을 보았을 때, 시네마 콘서트의 니즈는 확실한 듯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은 정형화된 틀을 어떻게든 비틀어보려는 노력이 느껴져서 좋았다. 영화 장면이 함께 상영되지 않은 점이나, 뻔하지 않은 편곡,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한스 짐머의 음악을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이 이들의 뚝심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확실히 그런 면에서 지휘자 김재원과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꾼'이다. 경력을 보니 '시네마 콘서트'로 이력이 화려하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한 라이브러리컴퍼니가 창단한 오케스트라여서 이기도 할 것이다. 팸플릿을 보니 '시네마 콘서트'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곳 같았다. 한스 짐머 외에도 아까 언급했던 존 윌리엄스, 엔니오 모리꼬네, 히사이시 조 작곡가 중심의 영화 콘서트, 블록버스터 영화음악 콘서트, 헐리우드 인 클래식 등의 제목으로 컨셉형 영화 콘서트도 기획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들의 다른 시네마 콘서트도 관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지휘자 김재원의 연주가 곁들여진 콘서트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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