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라기] 3. 숨이 멎기 전에
옅게 들려오는 색의 소리를 따라, 이 메마름의 끝을 향해
글 입력 2024.11.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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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EUNU]
'마지막 숨을 내쉬기도 전에, 갈기갈기 찢겨서 나를 잃어버린대도
나는 이 세상의 끝을 보고 말 거야.'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려 온 선인장이 바라던 것은
'포용' 그뿐이었다.
나의 가시를 두려워하지 않고서, 마주하는 것.
그리고 품속으로 반기는 것.
그를 꼭 끌어안자, 온전한 가시만 남은 채
응어리들은 이내 사그라졌다.
어쩌면 마지막 생명이었을지 모르는 그들마저,
내 품에서 사라져 갔다.
가시 사이의 비어버린 틈은 이제 작은 길이 되고,
거친 숨결은 그 핏자국 속으로 나를 이끈다.
공허하다.
틀림없이 이 사막은 죽어가고 있다.
텅 비어버린 이곳을 채울 수 있을까,
다시 삶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저편에서 옅게 들려오는 색의 소리를 따라,
사막의 마지막 숨을 들이켠다.
[박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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