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우연히 영화 같은 순간을 만나다 [미술/전시]

by 박지영 에디터
2024.11.08 14:00

 

 

우연히 영화 같은 순간을 만나다


 

작가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아, 그 사람 스타일이다!" 싶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작품을 볼 때도 그렇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의 작품에는 대칭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수평과 수직의 프레임과 독특한 파스텔 색조가 가득하다. 이 색감과 구도는 포스터만으로도 ‘아, 이건 앤더슨 영화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여기, 앤더슨 감독의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Accidentally Wes Anderson (AWA) 커뮤니티다. 미국의 Wally & Amanda 부부가 여행 버킷리스트를 구상하면서 현실 속에서도 영화 같은 순간을 발견하고 기록하고자 시작됐다.

 

일상의 공간들이 앤더슨의 영화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 사진은 이제 전 세계 여행자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며 더 많은 사람에게 모험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부부의 버킷리스트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들의 작업이 실제 전시로 이어져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두 번째로 전시가 열려 다녀왔다.

 

 

 

가이드 Tip


 

Prologue - 모험가가 되어 떠나는 여정

 

입장에 앞서 우리는 '종이 여권'을 받게 된다. 이 여권은 관람객이 전시를 단순히 구경하는 이가 아닌, 여정을 함께하는 모험가가 되도록 도움을 준다. 전시는 총 6개의 라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라운드는 모험가로서의 성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여권을 따라, 그리고 표지판을 따라 함께 모험하며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행동 강령을 배워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작은 선물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IMG_1362 2.jpg

 

 

Round 1. Welcome back, adventurers (다시 만나 반가워요, 모험가 여러분.)

 

진정한 모험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전시장의 첫 번째 공간에서는 초록빛 배경의 호텔 로비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컨시어지 데스크에 졸고 있는 안내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럼, 앞에 놓인 종을 쳐서 깨워보자. 우리가 앞으로 떠날 모험에 대해 말해주며 카드키를 하나 받게 된다. 참고로 이 카드는 모험의 중요한 부분이니 마지막 라운드까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IMG_1407 2 (1).jpg

 

 

Round 2. Out of comfort zone (일상을 벗어나기)

 

모험이든 여행이든, 어떤 것을 하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곳에서는 오직 두 개의 문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며, 돌아갈 수 없다. 선택의 순간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모험에 임해 보자.

 

 

IMG_1408 2.jpg

 

 

Round 3. Be bold (과감하게 도전하기)

 

이제 우리는 하나의 배에 올라탄 후 평소 가기 어려운 소도시에서부터 남극까지의 항해를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모험가로서의 성향을 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팁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과연 어떤 모험을 꿈꾸는 사람일까? 지금까지 걸어온 나만의 여정을 돌아보며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Tip 1. Decide what popular attractions you're really interested in.

 

유명한 관광지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인지 생각해 보세요.

 

바티칸이 꽤 놀라운 곳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나 건축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면, 정말 가볼 만한 곳일까요? 아마 여러분은 식도락 투어나, 로컬 시장 투어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꼭 가봐야 해!" 라고 해서 꼭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위 10위 안에 들지 않는 장소에서 훨씬 더 독특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로컬 문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 전시 안내문 발췌

  

 

IMG_1419 2 (1).jpg

 

IMG_1455.jpg

 

 

Round 4. Imagine & Enjoy (상상하며 순간을 즐기기)

 

기나긴 항해를 끝내고 배에서 내리면 네 방향을 가리키고있는 표지판을 마주하게 된다. 가리키는 곳을 보면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공간을 선택해 갈 수 있다. 이 곳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유머와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 휴무라면 그 옆에 있는 곳으로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알고보면 동네 맛집일 수도 있다.

 

 

IMG_1457.jpg

 

 

“어떠한 위기 앞에서도 걱정 마세요.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을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 전시 안내문 발췌

 


Round 5. Cherish Your Memory (추억을 간직하기)

 

불안과 설렘 속에서 시작했던 모험이 어느덧 끝을 향해 간다. 예상치 못한 경험과 기대 이상의 순간이 우리의 가방, 수첩, 메모장 속에 남아있다. 쉽게 사라지기 쉬운 추억들을 붙잡아보며, 컨시어지에게 받은 카드를 한번 확인해 보자. 그리고 우편함에 있는 엽서를 골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험을 떠나보자고 편지를 적어 보는 건 어떨까?

 

 

IMG_1603.jpg

 


Round 6. Adventure Never Ends (모험은 계속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문득 우리 주변에서 모험의 순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전시의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창문 너머로 펼쳐진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며, 어쩌면 출근길 버스 차창 너머에서도 새로운 모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IMG_1554.jpg
실제로 집에 돌아가는 길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정감을 찾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험’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왔지만, 전시를 보면서 생각해 보니 알게 모르게 모험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공과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선 것도, 연고 없는 서울에서 새롭게 시작한 것도 어쩌면 모험이었다. 비록 이 선택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안정감을 아직 주진 못했지만, 그 덕분에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이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라면, 혹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가보기를 추천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