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
미식은 예술이며, 맛의 풍부함, 식사의 정돈됨, 아름다운 플레이팅, 식사 자리에서의 담화를 모두 포함한다. 우리는 이 프랑스의 미식을 레스토랑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 레스토랑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시작은 한 요리사의 해고에서 비롯되었다.
망스롱은 평생을 샹포르 공작의 성에서 공작만을 위해 음식을 만든 요리사였다. 전식부터 본식, 치즈, 디저트까지 모든 것이 공작의 입맛에 맞추어졌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성에서 귀빈 대접을 위해 차려진 화려한 음식을 보여준다. 음식의 색깔과 크기는 거대하고 풍부하여 넘쳐흐를 정도이다. 그렇기에 음식을 먹는 샹포르 공작의 '탐식은 죄일 뿐, 미식을 해야 한다'는 말은 모순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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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난 후 귀족들은 음식에 대한 평가 시간을 가진다. 모두가 망스롱의 음식을 극찬하며 식사가 마치 발레와 같다고, 발칙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작의 옆에 앉아 있던 신부가 돌연 망스롱의 신메뉴 '딜리셔스'에 사용된 감자가 식사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그 비판으로 인해 망스롱은 하루아침에 해고당한다.
화려한 공작의 성을 떠난 망스롱은 자신이 살던 평범한 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엘리즈를 만나게 된다. 요리사가 여성의 직업으로 여겨지지 않던 시절, 귀족의 성에서 일해본 적 있다고 주장하는 엘리즈는 망스롱 밑에서 수습 요리사가 된다.
망스롱은 다시 공작이 그를 부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망스롱의 아들은 이렇게 묻는다 – "아버지는 이제 자유인이신데, 왜 스스로 다시 하인이 되려고 하시나요?" 이 대사를 통해 관객은 당시 평등 사상이 태동하고 시민 혁명의 조짐이 꿈틀대던 프랑스 사회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무례한 공작은 끝까지 무례했다. 망스롱의 후임 요리사를 뽑았지만, 그들에게 만족하지 못한 공작은 망스롱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고 전한다. 이 소식을 듣고 망스롱과 엘리즈는 어려움 끝에 식사를 준비하지만, 공작의 마차는 약속한 적 없다는 듯 그의 집을 지나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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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례한 상황에 가장 크게 분노한 것은 엘리즈였다. 이를 통해 그녀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음이 드러난다. 엘리즈는 사실 한 남작의 부인이었으며, 남작은 샹포르 공작을 동료라 여겨 함께 동인도 회사에 투자했다. 그러나 자신을 거절한 엘리즈에 화가 난 공작은 남작을 배신했고, 그 충격으로 남작은 생을 마감했다. 이후 엘리즈는 복수를 결심한 것이다.
망스롱은 엘리즈에게 떠나라고 했지만, 그녀는 망스롱이 낙마로 부상을 입자 그를 간호하며 남는다. 망스롱이 회복하는 동안, 아들의 제안과 엘리즈의 실행력 덕분에 그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장사를 시작한다.
장사는 호황을 누리고, 그 소식은 공작의 귀에도 들어간다. 망스롱은 결심을 하고 공작을 직접 식사에 초대한다. 그 순간마저, 공작의 거드름은 끝을 모른다. 그는 미식은 배운 자들의 것이며 평민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망스롱의 레스토랑을 폐업시키는 조건으로 식사에 응한다.
식사 중, 수많은 마을 주민들이 레스토랑에 모인다. 주민들을 보며 당황하던 공작은 곧 엘리즈의 얼굴을 보고 더 큰 충격에 빠진다. 상황을 파악한 공작은 둘을 참수하겠다고 위협하지만, 엘리즈는 반격한다. 참수형을 결정하면, 자신이 왕에게 가 동인도 회사 투자 사건을 폭로하겠다고 말한다. 이어 평민들도 공작을 제지하는 데에 합세하고, 공작은 망스롱의 레스토랑에서 도망쳐 나간다.
모든 것이 계급화된 시대, 미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엘리즈가 공작의 상징인 가발을 벗기며, 그 볼품없는 머리를 드러내는 장면은 프랑스의 계급 사회 탈피와 계급 전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왕실과 귀족의 계급으로 인한 피해자는 평민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엘리즈는 계급 사회가 귀족들에게조차 안전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녀를 통해 '누구를 위한 계급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으며, 이는 프랑스 혁명의 근본 정신을 이해하게 한다.
동시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마침내 망스롱은 요리의 자율성을 갖게 된다. 공작의 성에서는 그가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없었다. 신메뉴도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미식이 귀족의 전유물에서 벗어나며 요리사들 역시 새로운 자유를 얻게 되었다.
영화는 망스롱의 요리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조명하며 장인의 손길을 보여준다. 화려한 식재료는 식욕을 자극하고, 아름다운 식기와 장식은 식사 자리에 활기를 더한다.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여 미식이라는 미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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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작이 떠나며, 마침내 미식은 모두의 것이 된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미식은 권력이나 특권, 희소성이 아님을 강조한다.
미식은 모두가 누려야 하는 것이었고,
바로 그것이 프렌치 레스토랑의 진정한 기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