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셋리스트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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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1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서울 파이널>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의 음악으로 잘 알려진 한스 짐머는 1982년 <달빛 아래서>로 영화음악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150편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이번 콘서트는 그가 40여 년에 걸쳐 만들어낸 영화음악을 W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나는 공연이다.
콘서트 셋리스트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곡들을 비롯해 친숙하지만 한스 짐머의 곡인 줄은 몰랐던 곡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까지 다양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셋리스트를 미리 살짝 들여다본다.
<인터스텔라>, First Step
딱 10년 전 이맘때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역대 외화 중 세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을 정도로 유독 우리나라에서 크게 사랑받았다. 이 영화 이전부터 한스 짐머는 이미 영화음악의 거장이라 불리고 있었지만, <인터스텔라>의 흥행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영화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한스 짐머'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의 음악이 없는 <인터스텔라>의 광활한 우주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정작 한스 짐머는 처음에 영화 내용을 모른 채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후문이 재미있다.
여러 트랙 중 'First Step'은 트레일러에 삽입되어서 익숙한 곡이다. 게다가 같은 선율을 가진 'Where We're Going'은 주인공인 쿠퍼가 지구를 떠나고 80여 년이 지나 이제는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과 재회할 때 흘러나오는 곡이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거대한 우주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한 인간이 품은 사랑과 희망을 그려보게 만든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편곡은 곡의 깊이를 더하며 영화 없이도 감동을 선사한다.
<러시: 더 라이벌>, Lost but Won
'Lost but Won'은 앞서 소개한 'First Step'처럼 한스 짐머의 몇몇 대표곡들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러시: 더 라이벌>을 본 사람이라면 꼭 언급하고 넘어하는 곡이다. 1970년대 희대의 라이벌이었던 F1 선수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시대상과 F1 경기 모습을 잘 고증했다는 평을 들으며 마니아층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한스 짐머의 사운드트랙은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영화의 박진감을 더한다.
'Lost but Won'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1976년 일본 그랑프리 경기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대결에 임한다. 긴박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의 음악은 화면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의 속도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목숨을 내걸고 질주하는 F1 레이서들의 삶의 한순간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한다. 워낙 빠르고 복잡하게 진행되는 곡이라 김재원 지휘자가 공연을 할 때마다 재미있으면서도 긴장하는 곡이라 밝힌 바 있다.
<다그 나이트>, 다크 나이트 메인 테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한스 짐머의 협업은 수많은 명곡을 낳았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이전에는 <다크 나이트>가 있었다. 배트맨 트릴로지 중 두 번째 작품인 <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를 내세워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와 인간의 양면성을 탐구하며 철학적인 질문을 여럿 남겼다. 고뇌하는 히어로의 이미지, 그리고 혼돈만을 추구하며 'Why so serious'를 중얼거리는 조커의 이미지도 이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단연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또 다른 영화음악가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함께 만든 <다크 나이트>의 음악은 고담시티의 우중충하고 암울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낮에는 기업가로 밤에는 히어로로 이중생활을 하는 배트맨을 표현했다. 메인 테마 중 하나인 'A Dark Knight'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배트맨이 하비 텐트의 죄를 뒤집어쓰고 바이크로 밤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이다. 그 뒷모습과 함께 흐르는 이 음악은 영화의 상징이 되었다.
<인셉션>, Time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한 한스 짐머의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영화는 꿈이라는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꿈 공유 기술을 사용하는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스 짐머는 이 영화에서 시공간이 뒤틀리고 논리가 어긋나는 기묘한 꿈 속 풍경을 음악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여러 트랙에서 기타 소리가 두드러지는데, 더욱 인상적인 기타 소리를 담기 위해 영국 밴드 '스미스'의 전 기타리스트 조니 마와 함께 작업했다고 알려져 있다.
'Time'은 주인공 코브가 우여곡절 끝에 꿈에서의 인셉션 임무를 완수한 후, 현실로 돌아와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WE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버전에서는 2분쯤부터 나오는 전자기타 소리가 인상적이다. WE필하모닉은 이 곡의 끝에 <인셉션>의 또 다른 대표적인 사운드트랙 'Dream is Collapsing'을 이어 연주해 다소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Time'을 한층 더 장엄한 곡으로 확장했다.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는 악기 소리가 인상적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메들리
어느 영화에서 나왔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못해도 첫 소절을 들으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사운드트랙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디즈니랜드의 한 어트랙션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2003년 <블랙 펄의 저주>를 시작으로 <망자의 함>과 <세상의 끝에서>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되었다.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 캡틴 잭 스패로우와, 그의 능글맞고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는 곡 'He's a Pirate'은 이 시리즈의 정체성과도 같다.
W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영화음악 콘서트에서는 보통 'He's a Pirate'를 포함해 <캐리비안의 해적>의 사운드트랙을 10분 가량의 메들리로 들려준다. 익숙한 멜로디로 시작한 곡은 트릴로지 중 세 번째 작품 <세상의 끝에서>의 비장하고 아름다운 'One day'를 거쳐 다시 익숙한 멜로디로 끝을 맺는다. 지금까지 많은 공연에서 마지막 순서를 화려하게 장식해 왔던 이 메들리가 이번 공연에서도 마지막 곡으로 연주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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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한스 짐머가 영화음악계에 남긴 여러 걸작이 110분간의 공연 시간 동안 펼쳐질 예정이다. <글래디에이터>의 'The Battle', <탑건: 매버릭>의 메인테마, <다빈치 코드>의 메인테마, <진주만>의 'Tennessee' 등 다양한 음악이 관객을 기다린다. 한스 짐머의 음악이 익숙한 관객에게도, 그를 잘 몰랐던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서울 파이널> 11월 10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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