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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혼란, 마법, 살인, 그중 가장 최악은 살인이라! 포인트 앤 클릭 추리 어드벤처 게임에서 단서를 조사하고 추론 능력을 뽐내보세요. 소름 끼치는 연속 살인사건과 저주받은 가문의 보물에 숨겨진 뒤틀린 미스터리를 해결하세요.

 

1742년, 한 탐험가가 비열한 속임수로 마침내 초자연적인 힘이 깃든 황금 우상을 손에 넣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그 보물은 탐험가의 후손들에게 저주를 걸고 있죠. 18세기의 탐정이 되어 이상한 일련의 사건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을 드러내세요. 아무래도 우상이 나타난 후 벌어진 일련의 살인은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단 말이죠!

 

- App Store 게임 소개 中

 

 

여기서는 처음 적는 소리이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을 엄청 좋아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트럼프 카드부터 보드게임, 한때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유희왕 등 존재하는 아날로그 게임을 다 섭렵했었다. 나이를 조금 먹고 난 후에는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자 각종 모바일, 콘솔 게임 또한 도전하게 되었는데, 그중 특히 집요하게 하였던 분야가 바로 추리랑 커뮤니케이션 게임이었다. 빠른 반사신경과 교전을 요구하는 분야의 게임은 나와 잘 맞지 않았고, 작품만의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선을 맞추는 부분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독서를 좋아하는 성향이 여기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덕분에 접할 수 있는 방탈출과 같은 추리 게임부터 사건을 추리하는 스토리형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했다. 내 기억에 남는 나의 첫 추리 게임은 캡콤 회사에서 출시한 <역전 재판>으로 당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 플레이해봤을 만인의 게임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단서를 짜 맞추며 마침내 범인을 추궁하는 쾌감이란! 마치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된듯한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몰두하여 게임을 플레이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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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나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의 수에는 한계가 존재하였고, 이는 나의 플레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가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추리 게임은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단서를 조합한다는 어느 정도 고정된 플롯을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방식에 익숙해져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 또한 나의 슬픈 사유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정말 오랜만에 발견하고, 그동안 플레이하지 않았던 방식을 취하는 <황금 우상 사건>은 나에게 정말 귀중한 게임이었다.

 

<황금 우상 사건>은 넷플릭스 계정이 있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으로, 픽셀 아트로 제작된 정적인 장면 속에서 여러 가지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하여, 장면 속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추리하는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클릭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추리 게임을 진행해보면서 다양한 게임 이펙트부터 3D 구성까지 경험해보았음에도 오히려 이런 고전적인 방식으로 진행해본 적이 없어 꽤 신선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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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사라진 만큼 다른 부분이 이를 채워주어야 게임의 강점이 생겨나는데, <황금 우상 사건>의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를 뽑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여러 가지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여 낱말 형식의 단서를 얻어내고, 이렇게 얻은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사건을 추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장면 안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시체, 살인 도구, 동기에 대한 단서가 모두 들어가 있다 보니 처음에는 단어를 중구난방으로 보으게 되지만, 편지나 달력, 서신의 내용을 통해 점차 하나의 사건을 짜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보통 한 챕터 당 열 개가 넘는 장면을 줘 하나씩 추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는 각자 상관이 없어 보였던 장면들이 하나의 사건들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게 된다. 장면이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게임의 난도가 조금씩 올라가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게임의 난이도는 절대 쉬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토리 진행 초반에는 한눈에 들어오는 장면에 찾아야 할 오브젝트도 적어 사건을 금방금방 파악할 수 있는데, 점차 뒤로 갈수록 장면이 여러 페이지로 나뉘고 오브젝트의 수 또한 엄청나게 많아지므로 사건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유저들이 스토리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하나의 추리가 모두 끝나면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기 전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조금 더 살을 덧붙여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의 제목이자 처음 진행하게 되는 스토리인 '황금 우상 사건'은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레무리아인의 보물 '황금 우상'이 가진 신비한 능력과, 이를 손에 넣고자 한 가문의 일족들 및 주변 세력들이 펼치는 잔혹사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나라의 정치 갈등과 비밀 종교 단체에 관한 이야기 또한 얽혀있는데,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과 스케일이 상당히 커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추리가 모두 끝난 장면임에도 다음 장면의 추리에 도움을 얻기 위해 다시 되돌아가 내용을 되짚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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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의 진행 방식이 단서 찾기와 스토리 맞추기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아쉬운 점도 존재하긴 한다. 아무래도 빈칸에 찾은 단어를 짜 맞추는 방식이다 보니, 추리하지 않고도 인물의 이름과 직업만 파악한 뒤, 대입하는 방식으로 맞추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게도 만들어 몇몇 유저들의 아쉬움을 듣기도 했다. 또, 찾아내는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게임임에도 번역이 깔끔하게 되어있지 않아 눈앞에 정답을 두고도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추리 게임에서 신선한 방식인 장면 추리 방식인 점과 마치 하나의 소설책을 읽는 듯한 스토리 집중 게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높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인 것이 아니라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여 우리의 허를 찌르는 사고 능력도 필요하므로 더욱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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