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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창꼬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반창꼬(밴드)’라는 제목처럼,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해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이다. 남자 주인공 강일은 소방관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아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닫아걸고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강일은 삶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자 주인공인 미수는 당차고 활기찬 성격의 의사(서전)이다. 미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강일과 달리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유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병원에서 만나 엇갈리고, 처음엔 서로의 상처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부딪히지만, 다양한 일들을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서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미수는 메말랐던 강일의 삶에 다시 희망과 사랑을 불어넣고, 자신의 상처를 강일로부터 치유받게 된다. 강일 또한 미수를 통해서 외면했던 상처와 직면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고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상처는 아니지만 각자의 상처를 서로를 통해 해결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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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꼬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사랑과 상처, 치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 같았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강일과 의사(서전)인 미수라는 두 인물은 모두 사람을 구하고 치료해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의 상처는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강일은 아내의 죽음 이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매일 죽음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스스로 벌주는 듯한 삶을 살아가곤 했다. 미수는 반대로 자신이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지만 사실 그 속은 상처들이 곪은 채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반창꼬에서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반창꼬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서로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를 받아 간다. 미수는 강일에게 그가 그토록 외면해 온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게 만들고, 강일은 미수에게 자신이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엔 갈등을 빚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가 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상처는 혼자서는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일과 미수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상처 회복의 길을 찾는다. 강일이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까지는 미수의 존재가 결정적이었고, 미수 역시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을 다시 찾는 데 강일이라는 존재가 필요했다.


또한, 영화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주는 무게와 소방관들의 삶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강일의 직업적 책임감과 죄책감은 그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매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서 비롯된 것인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반창꼬는 단순한 멜로드라마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와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을 조화롭게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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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영화는 다소 전형적인 멜로 전개를 따르고 있고, 예상 가능한 결말과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었다. 반창꼬를 3번 정도 시청한 나의 입장에서도 감정의 깊이나 캐릭터의 심리적 묘사가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뤄졌다면 더 큰 여운을 남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의 감정적인 성장과 상처의 치유 과정은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준 것은 분명하다.


반창꼬는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였다. 우리의 삶 속에서 상처를 감싸주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며, 관객들에게 사랑과 치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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