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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림이 말하는 그림의 가격 - 그림값 미술관

by 박수진 에디터
2024.09.23 05:20

 

 

얼마 전에 전시회 하나를 조사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림이든, 조각이든, 설치미술이든을 상관하지 않고 작품이면 됐다. 여러 전시회 포스터와 팜플릿을 보면서 전시회에 대한 굿즈를 파는 것도 여럿 보았다.

 

작품의 가격을 적어 놓은 블로그 또한 많이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떤 이유로 이 가격에 팔리게 되었을까' 작품의 예술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렇게 높은 가치에 이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 책은 나의 그런 의문증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그 일이 있었던 것과 제법 차이가 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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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역사가 길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림' 자체는 옛 선사시대 때부터 그려졌고, 그것에 어떤 가치가 부여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잘 알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나도 잘 모른다.

 

그런 다소 복잡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림값 미술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림값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림은 미술사만으로 이해되나, 그림값이 결정되는 미술 시장은 미술사, 경제학, 역사학, 심리학, 언론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보아야 하고, 이 책은 그 요인과 그에 대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값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VIP의 소장작, 희귀성, 미술사적 가치, 스타 화가의 사연 많은 작품, 컬렉터의 특별한 취향, 투자의 법칙, 구매자의 경쟁심, 뜻밖의 행운, 명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등 아홉 가지가 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이야기하면 미켈란젤로를, 미켈란젤로를 이야기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이라 불리는 두 화가의 작품은 틀림없이 둘 다 높은 값어치를 자랑할 것이다.

 

두 사람의 작품 특징이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어쨌든 뛰어난 재능과 유명한 작품을 많이 남겼고, 사람들은 둘을 비교하곤 한다. 의미 없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작품이 더 경매가가 높을까.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명성과 작품의 희귀성을 비교하기 어려워서인지 경매가도 비슷하다. 다만 그림 크기는 작지만 가격이 비슷하니 다빈치의 작품이 더 비싸다고 봐야 할까? 물론 그림값과 그림 크기가 반드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작가의 그림이면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호당 가격제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편이다. 크기보다 완성도나 중요도가 가격에 결정적인 요소다. 따라서 최소한 경매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두 거장의 작품 가격은 비슷하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라파엘로의 그림, 크게는 국가의 문화재 등을 지키기 위해 영국은 일시적으로 해외 반출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른바 수출 금지 규정인데, 르네상스는 현재 유럽 문화나 예술의 시발점이고, 그 위치에 놓여 있던 인물들의 것이라 그런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듯하다.

 

 

 

장 프루수아 밀레


 

나는 밀레 하면 두 가지 작품이 생각난다. 하나는 이삭 줍기이고, 다른 하나는 만종이다. 만종을 처음 보았을 때 그림 속 인물들은 삼종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라 들었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 있는 바구니에는 아기의 시신이 있다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여럿 들어왔지만 작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가 이 책으로써 알게 된 게 있다.

 

 
그림을 그려서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던 밀레는 부지런히 그렸고, 싼값에라도 팔아야만 했다. 가끔 밀레의 흙 냄새 자욱한 화풍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주문하곤 했다. 1857년 여름 미국인 화가 토머스 애플턴도 밀레에게 <만종>을 의뢰했다. 밀레가 작품을 완성했을 때 애플턴은 약속을 어겼다. 작품의 구매자가 사라지자 밀레는 낙심했다. 다행히 파리에서 활동하던 벨기에 화상 알프레드 스티븐슨이 1,000프랑에 사겠다고 나섰다. 당시 프랑스 일류 화가들의 그림이 한 점당 2만~3만 프랑인 데 비해 밀레의 작품 가격은 500~600프랑 정도에 그쳤다. 그러니까 밀레는 <만종>을 평소 가격의 두 배 정도에 팔았던 셈이다.
 

 

밀레가 죽고 난 후 그림의 가치는 올라갔고, 160배 비싼 가격, 그보다 더 큰 가격으로 경매되었다고 한다. 그림의 가치가 오른 것은 좋은 이야기일 테지만, 이러한 영광이나 명성을 밀레가 몸소 느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에드워드 호퍼


 

한편 작품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에 화가의 사망, 내지는 더는 구할 수 없음도 영향이 있을 것은 분명한데, 에드워드 호퍼가 그의 한 예다.

 

 
호퍼가 죽은 후 그의 아내가 2,500여 점에 이르는 대부분의 작품을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퍼 그림의 개인 소장품 가운데 유화는 거의 없어서, 아주 가끔 경매에 나오면 굉장히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스케치나 판화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리는데, 미술 시장에서는 개별 작품의 가치보다 화가의 명성에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2006년 경매에 나온 <호텔 창문>이 놀라운 가격에 거래된 결정적 이유도 호퍼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거래 작품 수 때문이었다.
 

 

서적은 초판본이나 작가가 직접 쓴 것이 가치를 가지고 있듯 그림은 직접 그린 게 당연하게도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단순히 누가 그려서, 언제 그려서가 이유가 되기보다는 그려진 시대, 배경, 환경, 그것의 수요자 등 많은 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그림을 보면서 단순히 그림의 가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비싸진 이유도 보며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림값에도 역사가 있다는 게 재밌었고, 그림이든 예술이든 그것의 가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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