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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이다 – 사랑의 탐구 [영화]

by 권기선 에디터
2024.09.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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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뭐냐는 질문


 

얼마 전, 술자리에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질문을 던진 이도 정답을 들을 생각 없고, 질문에 답한 이도 정답을 말할 생각이 없는 이 질문을, 우리는 오랫동안 물고 늘어졌더랬다.

 

인간이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이유는 아마도 사랑의 예측불가능한 속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사랑의 예측불가능한 속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사랑을 회자하게 만든다. 변칙적인 것은 우리의 불안함을 자극하고, 우리는 안정을 찾기 위해 결국 그것을 정의하고자 하니까.

 


 

영화 <사랑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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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의 탐구>에도, 우리와 같이,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노인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소피아다.

 

그녀는 10년 넘게 만난 연인 자비에와 동거 중이다. 대화도 잘 통하고 나름 안정적인 듯 보이는 이들 관계에도 부족한 것이 있다. ‘성적인 끌림’이나 ‘서로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같은 것, 즉 열렬하고 열정적인 감정이다.

 

소피아와 자비에의 관계가 안정과 권태 그 사이 어디쯤 들어선 시기, 소피아는 잘생긴 인테리어 시공업자 실뱅을 만나게 된다. 자비에에게는 느끼지 못했던 열정적 사랑의 근거들(성적 끌림과 질투심 등)을 그에게 찾은 소피아는 실뱅이야말로 ‘사랑’이라 판단해 자비에에겐 이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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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하게 된 실뱅과의 연애. 여느 연애 초기의 연인과 같이 소피아와 실뱅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등 사랑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소피아는 실뱅과의 연애에서도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할 정도로 지식인인 소피아와 달리 실뱅은 그런 부분에는 영 관심이 없던 것.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 친인척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실뱅의 결혼 제안을 선뜻 수락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실뱅에게 프로포즈를 받은 날, 소피아는 반지를 그의 차에 두고 내리는 방식으로 그와 이별한다. 영화는 두 남자 모두를 선택하지 않고 홀로 선 그녀를 비추며 막을 내린다.

 

<사랑의 탐구>는 사랑에 대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은폐하지 않는 식으로 사랑을 탐구하고 있다. 영화는 우리가 믿던 사랑의 뒷면에 대해 질문을 던져 사랑의 본질을 고찰하게 한다.

 

 

“나도 육체에 초연하면 좋을 것 같아. 사소한 데 신경 덜 쓰고."

 

- 소피아의 대사 中

 

 

안정적이지만 열정적인 감정은 부재했던 자비에 대신 성욕을 자극하는 실뱅을 선택하는 소피아를 통해 고결하다고 여겨지는 플라토닉 만큼 천박하다고 여겨지는 에로스도 중요할 수 있지 않냐는 의문을 던지고,

 

 

“남편이랑은 달라, 이 사람은 날 보며 감탄해”

 

- 카린의 대사 中

 

 

소피아의 친구, 유부녀 카린이 부정을 저지른 이유를 밝히는 대사를 통해서는 자기애적 욕망이 타인을 향한 사랑이나 성욕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조명해,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사랑이 실은 매우 이기적이고 교묘할 수 있지 않냐고 질문한다.

 

 

“(한 사람과의 관계가) 어차피 언젠가 질릴 거, 지금부터 연습해 두면 좋잖아”

 

- 올리비에의 대사 中

 

 

또한, 올리비에의 다자간 연애를 통해서는 일대일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안정과 편안함에 따르는 권태와 지루함을 짚어, 현대의 보편적인 사랑의 형태인 ‘일대일 사랑’이 반드시 절대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스피노자는 욕망과 사랑을 별개로 봤어요. 욕망 없는 사랑도 가능해요”

 

“쇼펜하우어는 삶의 의지(성욕)를 사랑의 동력이라고 했어요.”

 

“플라톤은 상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가 잦아들면, 사랑도 죽는다고 말했죠.”

 

“훅스는 사랑은 감정이 아닌 행위라고 말했어요. 사랑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 영화 속 철학 강의를 하는 소피아의 대사 中

 

 

<사랑의 탐구>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외에도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플라톤, 벨 훅스 등 철학자들이 주장한 사랑의 정의들을 소개한다.

 

영화는 모든 사랑의 정의에 대해 시종일관 평등한 시각을 유지한다. 도덕적 잣대나 사회적 윤리에 어긋나는 사랑일지라도, 그것을 비판하거나 옹호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한다.

 

영화의 가치중립적인 태도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소피아를 따라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의 사랑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데 있어 대립하는 가치들을 견주어 볼 것이고, ‘솔직한 욕망’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깜냥’ 사이를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질문


 

당연한 말이지만, 이 영화를 본다고 사랑이 무언지 명쾌해지진 않는다. (되려 다양한 견해가 등장해 약간 더 혼란을 가중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랑을 탐구하는 데 있어, 이 영화는 꽤 괜찮은 시작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질문이 아니던가.


편견없이 자유로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영화 속 질문들이 궁금하다면 <사랑의 탐구>를 감상하는 2시간의 러닝타임을 잘 활용해 보길 바란다. 9월 18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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