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청춘을 가로질러 날리는 연

글 입력 2024.08.2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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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참 많이 변했다. 세상도 나도.

 

외장하드를 정리하려다 오래전 묶어 둔 사진 파일을 발견했다. 이건 아빠가 소중히 여겨 꼭 옮겨 달라고 했던 사진들이다. 그때의 나는 "컴퓨터에도 있고 사진첩에도 있는데 내 외장 하드에까지 옮겨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빠는 언제라도 사라지지 않게 나중에 볼 수 있게 꼭 옮겨달라는 말을 했다.


그렇게 본 사진들은 엄마 아빠의 청춘들이 가득했다. 물론 나와 동생의 청춘도. 내가 생각하기에 청춘은 그냥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 그 자체다. 정의로는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라 하지만 그럼 청춘의 시기가 아닌 사람들은 스스로를 청춘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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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런 틀에 박힌 생각들에 조금은 싫증 나기 시작해서 반항하는 걸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나이에 강박이 심한 것 같다. 그 나이 때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나뉜다. 10대 때는 이걸 해봐야 해. 20대 때 이걸 하는 건 좀 늦지 않았나? 30대는 한창이긴 해도 좀 더 젊었을 때 하면 좋았을 것을... 이런 말들 말이다. 그리고 이 시대가 정의 내린 청춘의 나이를 사는 나 또한 나이에 대한 강박이 있다. 매년 나이에 해야 할 것들과 결정해야 할 것들 아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늘 아쉬운 건 22살의 나이가 대학교 3학년을 곧 앞둔 나이라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 생각해 다른 도전을 해보지 못한 것. 22살은 많이 어린 나인데... 이게 가장 큰 내 나이에 대한 강박의 일화 중 하나다. 전공을 바꾸고 싶어 고민했지만 결국 복수 전공도 전과도 못하고 정체한 것.


곧 25살이다. 난 아직도 내가 뭔지 모른다. 아이라기엔 아이가 가진 쨍하고 맑음과 호기심이 편안함의 그늘 안에서 현실적으로 바뀌어버린, 어른이라기엔 아직도 세상을 잘 몰라 헤매고 다니는 나는 어느새 청춘의 후반부에 진입할 나이다. 그래서 더 청춘의 정의를 깨고 싶은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본 30대의 우리 부모님도 지금도 청춘 같아서. 사진 속 부부는 아이가 둘이나 있지만 그 나이대가 가진 푸른 봄이 디지털카메라를 넘어서도 선명해서 청춘 같았다.


사진첩을 보다 몇 장들의 사진에서 시큰거리는 감정이 들었다.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을 거쳐 미술학원 선생님이었다가 나와 동생이 생기고 일을 그만두셨다. 그러다 엄마는 다시 POP 글씨를 배웠다. 2010년대 초쯤에 POP 글씨가 유행을 했고 그때는 어디 가든 이런 포스터나 메뉴판 등을 찾기 쉬웠다. 엄마는 꽤 잘했다. 늘 열의와 정성이 가득해 반에서도 좋은 작품을 내는 수강생이었다. 엄마는 행복해 보였고 엄마는 혼자 있을 내가 마음에 걸렸던지 매번 문화센터에 날 데려갔고 나는 밖 휴게실에서 맨날 투명한 유리창 밖을 구경하다 제일 좋아하던 치즈 버거를 먹으면서 책을 읽으며 기다렸던 것 같다.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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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엄마는 다시 현실에 살고 있다. 엄마의 사춘기를 다시 겪으며, 6살의 동생이 12살의 내가, 어느새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다시 마주한 사진 몇 장들을 보니 다시 그 시절의 엄마의 청춘이 떠올랐다. 30대의 엄마도 지금 와서 보면 너무 청춘 같아서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너무 빛났다. 아빠의 청춘도 여전하다.


가끔 엄마와 아빠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내 바람은 잠깐 부모라는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을 내려두고 본인의 이름으로 청춘을 가로질러 더 자유로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면 좋겠다. 가끔 내가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아직도 꿈을 말하며 반짝이는 눈들이 선명하다. 아직도 그림에 꿈을 가지고 단청을 하며 잘 된다면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는 엄마와 시골에서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며 소소하게 살고 싶은 아빠. 그리고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나.


청춘은 봄바람과도 같아서 그 봄바람 위에 사뿐히 뜬 연처럼 모두 청춘에 가볍게 올라타 날았으면 좋겠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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