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뉴질랜드 여행 기록 - 셋. 테카포 호수와 밤하늘 보호구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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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을 떠난 다음 목적지는 Lake Tekapo, 테카포 호수였다. 단언컨대 이틀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고, 오히려 여행 기간을 더 길게 잡지 않은 것을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이유가 테카포 호수다. 만약 당신 뉴질랜드 남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테카포는 꼭 포함하길 바란다. 하늘에 펼쳐지는 밤의 마법이 정말 매력적인 마을이다.
테카포는 지역을 빙 둘러싸고 있는 산맥의 빙하가 녹아 호수를 이룬 빙하 호수로, 실제로 수영이 가능할 만큼 깨끗하고 투명한 물이 아주 아름답다. 여행의 성수기는 만개한 라벤더를 즐길 수 있는 여름(12월에서 3월)이라고 하던데, 내가 테카포에 방문한 시기는 안타깝게도 계절을 빗겨나간 4월 초였기 때문에 라벤더는 보지 못했지만, 크게 아쉽진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기의 테카포를 보게 되어 행운이었다.
티 없이 맑은 테카포의 물. 슬리퍼는 개인 물품으로, 호스텔의 물건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고 테카포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의 2층으로 향했다. 라운지 창가에 있는 카우치에 기대 누워 정면의 호숫가를 바라보는 게 참 좋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낮은 제법 더워서, 안에서 조금 더 머물다 밖으로 나갔던 것 같다.
테카포에는 여행자가 식재료를 구할 만한 마트가 Four Square 하나다. Four Square, 이하 포스퀘어는 도시보다 외딴 마을들에 주로 위치하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가볍게 먹을 만한 떠먹는 요구르트를 사고, 호숫가 벤치에 앉아 숙소에서 가지고 나온 작은 수저로 열심히 퍼먹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아, 뉴질랜드의 요구르트가 참 맛있었더랬지! 유제품으로 유명한 지명을 딴 뉴질랜드의 브랜드 Puhoi를 강력히 추천한다.
어떻게든 돈을 아껴보려 저렴한 재료들을 고른 탓에, 솔직히 저녁으로 만든 파스타가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크림 치킨 소스를 샀는데, 파스타용 소스가 아니었던 탓에 어딘가 수상한 맛(상한 건 아니었다!)의 파스타가 탄생했다. 아무래도 단백질로 넣은 베이컨이랑 영 조합이 안 맞았던 것 같았던 것 같다. 쓰읍, 이걸 이제 어떻게 먹는담!
여기서 테카포의 마법이 빛을 발한다.
살짝 서늘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숙소 베란다의 나무 의자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 와인 글라스는 아니지만, 유리잔에 레드 와인도 한 잔 가득히 따랐다. 호숫가를 바라보며 와인과 함께하는 식사가 즐겁지 않을 수는 없다. 영 애매한 파스타가 저 느릿하게 지는 해와 같이 부드럽게 내 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멋진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샤워를 하고 나오자 드디어 고대했던 테카포의 밤이 찾아왔다.
테카포 호수 주변은 국제 밤하늘 보호 협회가 지정한 밤하늘 보호구역이다. 밤에는 강한 불을 켜는 걸 삼가야 하고, 푸른 불빛보단 붉은 불빛이 선호된다고 한다. 테카포 호수가 속한 지역은 ‘아오라키 매켄지(Aoraki Mackenzie)’인데, 이 지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밤하늘 보호구역 관측소가 있을뿐더러 아주 유명한 별 관측 관광지다.
테카포의 밤하늘은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으로 아름답다. 호스텔 위편부터 시작해 내 머리를 까마득히 덮은 별의 장막이 저 멀리 호수 너머로, 산맥의 어딘가로 이어지는 모습은 단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감히 잊기 어려울 경치다. 서울의 하늘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 경이롭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테카포의 하늘. 이날부터 내 꿈을 ‘테카포 호수 근처의 여름 별장 구매’로 소개한다.
장대한 별의 휘장을 본 순간 생각했다. ‘아, 하루만 묵고 가기로 했다면 지금 펑펑 울었을 거야.’ 이 보석 같은 호수의 밤하늘은 그 정도로 눈부시다. 하염없이 별을 올려다보다 으슬으슬 떨려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떼고 들어올 수 있었다. 날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아예 침낭을 사 노숙을 했을지도 모르겠다(아마 불법일 것이다). 둘째 날의 밤에도 상황은 같았다.
밤하늘은 멋지지만, 그 웅장함을 사진으로 남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시도해 보시길.
사용한 핸드폰의 기종은 갤럭시 S20 FE.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이 뉴질랜드 남섬에 발을 디딘다면 꼭 테카포에 발걸음하길 소원한다. 나는 그저 사진으로만 이 광경을 나누고 싶지 않다. 테카포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와 찬란히 퍼지는 윤슬, 눈이 휘둥그레지는 밤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여러분의 추억에도 들어갈 수 있다면 글쓴이가 여러모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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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가면 좋을 것들
바위나 잔디 위에 눕기 좋은 돗자리
좋아하는 카메라
추천하는 활동
밤하늘 관측
Mt. John Observatory View Point까지의 산행
호수 근처 잔디밭에 눕기
[박주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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