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핏빛 로맨스 판타지의 세계로, 뮤지컬 '카르밀라'

글 입력 2024.07.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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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르밀라_메인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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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다가올 9월 8일까지 상연되는 뮤지컬 <카르밀라>는 아일랜드 고딕 소설의 선구자 셰리던 르파뉴가 쓴 동명의 소설을 모티브로 한다. 그간 여러 매체에서 남성 뱀파이어와 인간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것과 달리,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녀의 위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올리는 신선한 시도를 꾀했다.


작품은 캐릭터성이 뚜렷한 등장인물 네 명의 관계성을 위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카르밀라 캐보수정.jpg

24/07/14 오후 6시

 

 

먼저 길고 긴 영생의 삶을 끝내려던 순간 '로라'를 만나 잃어버린 욕망이 되살아난 '카르밀라'가 있다. 그녀는 인간의 피를 갈망하며 살 수밖에 없는 뱀파이어의 본능을 거부하고, 맛도 없는 동물의 피를 마시면서 살았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구해준 순수한 존재, '로라'의 피를 마주하며 본능에 휩쓸린다. 냉혹하고 잔인한 '닉'과 같은 뱀파이어와 달리 희생적이고 다정한 면모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다음으로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로라'가 있다. 그녀는 뱀파이어 앞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강한 심장을 가진 당차고 솔직한 인물이다. 인정이 많은 그녀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닌 '카르밀라'와 '닉'을 기꺼이 혼자 사는 집에 묵게 한다. 아름답고 고혹적인 '카르밀라'에 이끌린 '로라'는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눕거나 품에 안기는 등 애정을 표출하며 경계심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이어서 '닉'은 원하는 것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욕망에 충실한 뱀파이어로, '카르밀라'를 뱀파이어로 만든 것도 모자라 평생 곁에 두려는 집착을 보인다. 자신의 목표을 위해서는 그것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용한다. 500년이란 오랜 세월을 뱀파이어로 지냈기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연륜에 비해 어린아이가 고집을 부리듯 감정적이고 미성숙한 태도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슐로스 성당의 부제이자 뱀파이어로부터 '로라'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슈필스도르프'가 있다. 드높은 신앙심을 가진 그는 어떤 유혹에도 흽쓸리지 않는 꼿꼿한 성직자의 모습을 보인다. 비록 눈앞의 뱀파이어를 알아보지 못해서 '닉'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그녀를 소멸시킴으로써 악을 제거하려던 본인의 목적을 이룬다.

 

이러한 뮤지컬 <카르밀라>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갑작스러운 마차 사고가 난 '카르밀라'와 '닉'. 이때 '닉'의 계략으로 인해 두 뱀파이어는 '로라'라는 인간의 집에 머물게 된다. 이곳에서 예전에 자신을 뱀파이어로부터 구해준 사람이 '카르밀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 '로라'. 두 소녀는 소중한 추억을 회상하고, 서로를 하나뿐인 친구라고 여기며 계속될 우정과 사랑을 약속한다. 그러나 '카르밀라'는 '로라'의 남은 인생을 위해 떠나려고 하는데,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며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길 자처한 '로라'에 둘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여기서 '카르밀라'와 '로라'가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끌리는 순간을 보여주는 '누굴까'와 히아신스 꽃을 건네면서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맹세해', '슈필스도르프'가 악의 존재로 불리는 뱀파이어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뇌하는 '악마의 입술', 이에 '닉'이 뱀파이어에 대한 비밀을 장난스럽게 노래하는 '뭐든 물어보세요', 최후의 선택을 앞두고 결단을 내리는 네 인물의 심정을 드러내는 'Requiem' 등 때론 부드럽고 때론 거친 선율의 넘버가 귀를 사로잡았다.

 

 

달수정.jpg

 

 

작품은 채도가 낮은 메이크업, 고딕 패션, 붉은 조명 등 신비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뱀파이어의 특색을 잘 나타냈을뿐더러 추격 장면에서는 무대 회전을 통해서 박진감을 부여했다. 전체적으로 오컬트한 분위기도 그렇고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렸기에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의 여성 뱀파이어란 소재를 무대로 가져오는 데만 집중한 것 같아서 이야기가 더욱 풍부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만큼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극이라 그날의 캐스트에 따라 후기가 상반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밀라'와 '로라'가 서로에게 던지는 대사나 노랫말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그 덕분에 두 소녀를 보면서 마음이 따스해졌다. 인간의 피를 흡혈하는 뱀파이어를 다루는 극이지만, 이를 자극적이지 않게 연출해서 그런지 잔잔한 감동이 남았다. 이번 초연에 이어 나중에 재연으로 돌아온다면 또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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