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흑단 조각에 담긴 자연과 생명력 [미술/전시]

글 입력 2024.07.0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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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빛과 습윤한 공기, 거세게 내리는 비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바야흐로 생명력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이와 같은 자연의 생명력은 그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가 창작의 원천으로 삼은 소재 혹은 주제다. 한국 추상 조각의 대가 문신 역시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 원료로 자연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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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은 대칭적인 형태의 추상 조각 작업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표상했다. 곤충, 새, 식물 등의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그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


그는 1923년 1월, 일본 규슈의 탄광지대인 사카켄 다케오에서 태어났다. 한국인 이주노동자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그는 5세에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으로 향했다.

 

이후 16세에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다시 향했다. 광복 이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을 지속했다. 1970년 프랑스 남부 발카레스해변의 《국제조각 심포지움》에 출품한 〈태양의 인간〉을 필두로 조각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서울올림픽 조각공원의 〈올림픽1988〉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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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청담동에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와 가나아트가 협업하여 문신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8점 남짓의 작품 수지만, 90년대 전후에 만들어진 작가의 후반기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1920년대생인 작가에게는 자신의 조형 언어를 모두 담아낸 성숙기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문신은 이러한 추상 조각을 그의 나이로 40대에 시작했다.


본래 그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미술을 수학하고 한국 화단에서 활동했을 때는 주로 구상 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했다. 그러나 1960년대 그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근처에 위치한 리브넬 고성을 수리하는 일을 하게 되며 자연스레 조각으로 작업 방향이 변화했다. 문신은 물질과 구조와의 관계를 탐구하며 지금과 같은 추상 조각으로 작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작품들을 한눈에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시메트리(Symmetry), 대칭성이다.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작업은 대칭성에서 비롯되는 어떠한 규칙이 있는 듯 보인다.  자연 세계에서 찾을 수 있는 생명력이 있는 어떤 것, 규칙적인 모양새, 자연의 이치를 문신의 조각은 표상한다.

 

문신은 스틸, 브론즈, 흑단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흑단은 물에 가라앉을만큼 무거운 나무 재료이다. 우연히 프랑스 재료상에서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아프리카산 흑단을 발견하고 조각 재료로 사용했다. 무거운 재료를 광이 나게끔 수없이 갈고 닦아 균형과 운동감이 어우러진 조각을 만들어낸다.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의 조각은 대칭성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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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문신의 추상 조각 작업이 단순히 대칭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몇몇 조각 작품은 양쪽 상단부의 높이가 다르기도 하고, 몇몇은 대칭을 깨트리는 형상을 지닌다. 다시말하면 문신의 조각은 비대칭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문신은 식물 혹은 생명체가 자라나며 환경에 의해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항상 변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문신은 비대칭적인 요소를 통해 동률적이지 않은 자연의 특성과 자연 그 자체를 함께 구현해낸 것이다. 이를 통해 그의 작업에서 동적인 운동감을 확인할 수 있다.

 

우후죽순, 한차례 비가 내리고 해가 들면 모든 생명이 자라난다. 항상 변화하고 생동하며 모두가 다른 모습을 하고있는 자연 그 자체의 생명력을 문신의 조각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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