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존감에 관하여 –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

자존감이라는 씨앗, 사랑이라는 싹, 세상에 단단히 연결된 뿌리
글 입력 2024.05.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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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어,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자신감? 자존심?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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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자존감! 자존감!”

 

여성 댄서 서바이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1>에서 프라우드먼 팀 수장, 모니카가 외친 팀 구호였다. 잘 하자, 파이팅 내지는 있어 보이는 문장이 아닌 정직하게 팀 이름(PROUD)을 번역한 단어 ‘자존감’. 스쳐 지나가듯 짧은 분량이었지만, 방영 2년이 넘도록 뇌리에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자신감, 자존심, 자존감은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 먼저 자신감은 스스로를 믿는 감정이다. 자기 능력과 관련이 깊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높이고 지켜내겠다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는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존감이란? 자존감은 스스로를 높이고 존중하는 느낌을 뜻한다. 자존감은 어느 상황에나 필요하다. 뮤지컬 <오즈의 의류수거함>을 통해 우리에게 늘 필요한 ‘자존감’에 대해 알아보자.

 

 

 

고교생 괴도(?) 도로시는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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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도로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로시는 외고 진학 실패 후 경쟁사회에서 떨어져 나가 밤마다 의류수거함을 뒤지며 호주 유학 비용을 벌고 있다.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이 진취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나, 경쟁에서 도태돼 주어진 환경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창 공부하는 또래들과 함께 하지 않고 밤늦은 시간 은밀한 도둑질을 하는 로시. 하지만 로시는 협력자들이 있어 혼자가 아니다. 빈티지 옷을 수선하는 옷 가게 사장 마녀, 동네 골목에서 방황하는 노숙자, 꼭대기에 위치해 올라가기 벅차지만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하게 맞아주는 음식점 숲의 사장 마마. 종종 만나는 폐지 줍는 할머니네 가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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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의류수거함 195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물건들이 재차 나온다. 자살 시도를 암시하는 수첩과 교과서 두께 뺨치는 상장들과 21세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스마트폰. 단서를 조합하자 이 모든 물건들의 주인은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자살 방지 프로젝트 195. 과연 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자존감이라는 씨앗, 사랑이라는 싹, 세상에 단단히 연결된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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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수거함은 안 입는 옷들을 버리는 쓰레기통이다. 하지만 로시에게는 아니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희망이다. 그리하여 195에게도 의류수거함 도둑질을 소개하며 한 달간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밤마다 몰래 의류수거함 터는 걸 망 보며 세상과 조금씩 친해지는 195. 더 이상 세상에서 날 붙잡을 것이 없다고 했으나 로시와 함께 밤의 고요함, 바람의 선선함, 별의 반짝임을 보고 느끼며 조금씩 변화한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뮤지컬이 클라이맥스로 다다르자, F형 인간에게 너무 약한 가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 뿌리내리길.’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혼자였던 너와 내가 만들어낸 기적.’ 마마가 다시 살기로 마음먹은 195를 안아주고 서로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다독이는 모습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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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부정하던 도로시와 195.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자존감을 마음에 심으니, 사랑이라는 싹이 트였고 마침내 세상과 연결되는 뿌리가 내렸다. 혼자서 도저히 자존감이라는 씨앗을 구하기 어렵다면 주변을 둘러보자.

 

 

 

누구나 한 번쯤 거치게 되는 암흑기, 돌파구는 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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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소주를 들이켜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혀를 차게 만드는 노숙자. 사실 그는 사람들은 맥베스의 구절을 떠올리고 195의 심정을 유추해 낸 숨은 공로자다. 만약 옆에 노숙자 씨가 없었다면? 우리는 단 한 명의 사람을 통해서도 구원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과거 수의사였던 노숙자의 배경은 한 가지 사실을 주지시킨다. 누구나 암흑기를 거칠 수 있다. 하지만 곁에 한 명이라도 함께 있다면 우리는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너와 내가 만나 서로가 필요해졌기에. 세상에서 나의 필요가 생겼기에. 내 옆에 네가 있고, 너와 함께하며 자존감을 배운다. 더 이상 암흑기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아기자기한 소규모 뮤지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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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에 대해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거대한 주제를 둘러싸는 깨알 같은 재미 또한 묘미다. 중간중간 대사에 유행하는 노래 가사(밤양갱), 슬릭백 챌린지 등 최신 밈이 곁들여져 있었는데 이스터에그처럼 찾아낼 때마다 쿡쿡 웃음이 났다.

 

또한 배우들이 직접 노래 구간에는 적극적으로 박수나 호응응 유도하는데 작은 축제 현장 같아 좋았다. 옆자리 아이가 꼼지락꼼지락 노래에 맞춰 안무를 추는데 관객의 반응이 만나 공연이 살아있는 듯한 감상을 받았다.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기억에 남는다. 마법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불이 뿅 하고 켜지는 195번 의류수거함. 조명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이 나던 마마의 눈물. 실제 달빛만큼이나 눈을 뗄 수 없는 반짝임이었다. 차단비, 서현석, 손현정, 박청용, 박은혜, 김시준 배우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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