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한 또 하나의 위로
고통과 좌절, 슬픔과 고민, 외로움과 기다림…. 인생의 어둠을 지나온 화가 19인의 삶과 그림을 통한 위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고민과 걱정, 고통과 좌절이 있다. 이럴 때마다 위로받는 방법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술과 담배를 통해 잠시나마 잊어버리기도 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로 따뜻함을 받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림이라는 매체에 종종 위로받곤 한다. 마음 가는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며 해설을 듣노라면 작품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 시간만큼은 최고의 위로가 된다.
위안, 희망, 치유, 휴식의 미술관으로의 초대 - [그림이라는 위로] 책을 두 손에 받아 들어보니, 책 표지를 장식한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캄머성 공원(1909년)’이었다. 이것을 본 순간부터 내가 푸르른 녹음 속에 있는 듯했다.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가면 살랑살랑 바람이 일고, 그 바람의 장단에 맞추어 길고 가느다란 이파리들이 춤을 추는 공간 속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이라는 위로]는 ‘위안의 미술관’, ‘희망의 미술관’, ‘치유의 미술관’, ‘휴식의 미술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명화 100점을 소개하고 있다. 글자 수가 적고 고화질의 도판을 감각적으로 배치한 점이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지친 나의 하루를 위로하는 하늘 - 사회초년생이었던 지난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유하는 전철 역사에서 항상 만났던 하늘이 있었다. 클로드 모네의 ‘라방꾸의 일몰(1880)’을 보아하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높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붉은 기가 점점 사방에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피곤하고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듯한 황홀함을 안겨주곤 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역사 밖 벤치에 앉아 넋 놓고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 순간이 내게는 감동을 넘어선 포근한 위로였다.
나를 다독일 시간 - 위안이 필요할 때, 용기와 치유가 간절할 때,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순간에 다양한 그림들이 건네는 말들에 세심히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 윤성희가 지은 이 책에는 어떤 페이지를 무심코 펼쳐도, 오래 눈길이 머무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위안이 필요할 때, 용기와 치유가 간절할 때,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이 책 속에서만큼은 원하는 만큼 쉬고, 영혼을 치유하는 그림이라는 위로를 마음껏 누려도 괜찮다. 이제 지친 마음을 뒤로 하고, 나를 다독일 시간이다.
나는 오늘도 [그림이라는 위로]를 펼쳐보며 내 마음속의 클림트 캄머성 공원을 거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