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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디즈니의 공주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전부 시청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디즈니 공주 시리즈에는 시대별로 어떤 규칙이 존재하는지 그냥 궁금했다. 그중에서 내 기억에 가장 또렷이 남는 작품은 바로 「모아나」였다.

 

「모아나」는 디즈니의 공주 시리즈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으로, 당당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큰 용기를 선물해 주었다.

 

 

 

 

해당 작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우연히 흥미로운 유튜브 영상을 하나 발견하였다. 바로 ‘시대 흐름에 따른 디즈니 공주들의 변화 양상’이란 주제를 다룬 콘텐츠였다.

 

영상의 인트로는 ‘미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백설공주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내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 하고, 그저 누군가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러한 수동적인 태도는 단지 ‘백설공주’라는 인물 개인의 성격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든 그 당시 시대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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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 남성우월주의, 가독교적 가족주의, 인종주의 등 여러 차별적인 이데올로기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공주를 내세운 작품의 시초를 알린 「백설공주」는 완전히 순종적인 여성상 그 자체이다. 갈등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저 백마 탄 왕자님이 와서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 하나로 궂은 집안일까지 도맡아서 한다. 백설공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인가?

 

백설공주의 곁에는 늘 그런 그녀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존재하고, 그 조력자는 어떨 땐 주인공인 백설공주보다도 더 매력적이다. 나도 어릴 적에는 아무렇지 않게 백설공주를 받아들였는데,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니 조금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설공주는 내가 알고 있던 ‘주인공의 법칙’에 전부 빗나가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백설공주를 '갈등과 마주했을 때 스스로 극복하려고 하는 주인공’이라 볼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공주상은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를 통해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더 이상 수동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공주가 된 것이다. 이는 ‘시대 흐름에 따른 여성상의 변화’에 기초하고 있다. 비록 그 결말은 왕자와 결혼함으로써 전형적인 공주 이미지에 귀속되는 것이지만, 처음으로 인물이 자신의 목표를 인식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윤기나는 긴 머리칼과 독특한 매력으로 사랑받은 「라푼젤」은 파스텔톤의 의상과 코르셋 등을 통해 전형적인 공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 공주들과는 달리 규율에 저항하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공주 이미지로 회귀된다. 이런 점들은 「라푼젤」의 한계이기도 하다. 「모아나」의 경우, 순종적인 공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탈피한다. 이 작품은 그 흔한 공주와 왕자 간의 러브스토리 없이 오롯이 주인공의 성장에만 중점을 두었다. 또한 인종이나 성별이 정형화되지 않는 모습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 디즈니 영화 속 공주를 상징하는 드레스 대신 부족의 전통 의상을 착용함으로써 여성성 대신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 어깨를 뒤로 피거나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 등 이전 공주들과는 대비되는 행동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디즈니는 더 이상 공주와 왕자 간의 사랑만을 다루지 않는다. 모아나는 흔히 ‘왕자’라고 불리우는 캐릭터 없이도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 극 중 남자 영웅 캐릭터인 마우이와는 동등한 위치에 서 있으며,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할 수 있을 만한 힘 또한 지니고 있다. 공주 신분으로 왕자와 결혼하는 결말은 생략되어 있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고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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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태껏 디즈니 공주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는 바로 이전 작품인 「겨울왕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은 엘사와 안나, 이 두 사람 간의 애틋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물론 왕자도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극 중 유일한 왕자인 한스는 사기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디즈니가 여성과 여성 간의 관계를 더 중점적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겨울왕국」을 관람하며 다른 공주 시리즈보다 더 심적으로 공감이 되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달라지는 만큼 디즈니 공주들도 변한다


 

디즈니 공주들은 변화했다. 시대의 흐름을 몸소 안은 채 말이다. 디즈니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상을 적극 반영하여 그간의 공주 캐릭터를 확립해 왔다. 그리고 달라지는 시대만큼이나 앞선 공주들은 지금도 여전히 전세계 곳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디즈니 공주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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