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범인을 찾아야 하는 실종 사건의 중앙에, 모든 공간 안의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우린 결국 어떤 진실을 맞이하게 될까.
실종 법칙
연극 <실종 법칙>은 미스터리 스릴러 전으로 유영의 친동생이자 민우의 여자친구였던 유진이 실종되고 그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진실들을 마주하는 이야기이다.
이 연극은 제23회 월드 2인 극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70분간 유영과 민우의 대화가 쉬지 않고 날카롭게 오간다. 그들은 유진의 실종을 두고 서로가 범인이라 의심하고 있다.
제목이 실종 법칙이니 어떤 실종들에 대한 공식적인 클리셰를 이야기하려나 싶기도 했었다. 한 사람이 실종을 하고 그 후 범인을 찾는 방식이라든지. 그래서 서로가 범인이라 주장하는 두 사람의 날선 이야기들과 상황에 집중하게 됐다.
가장 가깝지만 아주 먼,
어떻게 보면 실종된 유진과 가장 가까운 인물들이다. 유진의 친언니, 유진의 남자친구. 스스로가 당당하게 유진과 가깝다 자부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과 지켜보는 관객들은 실제로 유진이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근래에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깊게 아는 것이 없다.
유영과 민우는 가시 돋은 말들로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내뱉으며, 각자 작은 책임이라도 회피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필자까지도 누가 유진을 죽인 범인인지에 대한 성급한 추리를 하는데 급급했다.
결국 모두의 거짓말이 극에 달할 때
이상했다. 뭔가 모든 말들이 다 맞질 않았다. 엔딩까지도 어안이 벙벙했다. 동생 몰래 약을 타 먹인 유영이 범인인 줄 알았다. 어쨌든 이건 유진이 몰랐던 사실일 테고, 충분히 범죄와 연관이 되어있기에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여 추측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화가 와 유진과 바람을 피우는 그 남자를 범인으로 넌지시 지목한다. 민우 또한 의심을 살만한 행동과 자신의 진짜 내면을 들키고 싶지 않아 끝없이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범인으로 지목되는 순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내면의 새로운 진실들.
마피아 게임 같았다. 누군가 자신을 마피아라고 내몰아갔을 때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사실 내면을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이제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몰라 그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말 부분은 상당히 짧게 치고 빠지며 끝나는데, 이게 참 뒤통수가 얼얼하다. 커튼콜이 시작됐음에도 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민우와 통화하는 그녀는 누구인가. 어디서부터 누구부터 거짓말인가. 범인을 찾고 있다던 경찰은 거짓의 인물인가? 아주 체계적이고 잘 짜인 거짓말들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시 뜯어보고 풀어보고 싶었다. 내가 놓친 것들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깨달았다. 이건 놓친 것에 대한 단서를 찾고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그냥 보고 듣고 느낀 것 그대로라고.
나는 얼마만큼 알고 있길래, 이 문제에 대해 나서는 건가? 그래서 더 공포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거짓말 속 무력감에 빠져 그저 지켜봤다. 현시대를 관통하는 문제 같았다. 주변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말해보라고 하면 얼마 못 가서 말이 멈출 것이다.
사실 그리 깊게 알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나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기에, 타인의 고통과 고민은 외면하는 게 아닐까. 그런 차가운 어느 날들의 현실을 한 연극에서 다시 마주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