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루

오늘을 견뎌내는 하루
글 입력 2024.04.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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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는 3월 말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상하리만치 아무 것도 풀리지 않았던 작년과 올해 초는 불같이 나를 뒤덮었고, 타오르는 불에 잠식당하던 나는 3월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불길이 잡히면서 재로 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묻은 재를 털어내면서 하나 둘씩 내 노력의 결과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붙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격증을 반쯤 붙었고, 언제까지 불확실성에 불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던 하루들도 끝이 났다. 그렇게, 나는 새롭고 안정적인 기점에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어라. 지금 생각해보면 당장 몇 주 전의 일들이 왜 그렇게 힘들었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풀릴 줄 알았으면 희망이라는 걸 좀 더 품어보는 건데 말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정말 많은 눈물과 고뇌로 하루를 보냈던 시간들이기 때문에 매우 값지지만, 그럼에도 떠올리는 게 유쾌하진 않다. 다만 그 기간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앞으로 더 전진하기 위해선 그 때보다도 더 노력해야 함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아직 그 두리뭉실하고도 희미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불안해하는 친구들이 많다. 또는, 비록 그 미래가 올 지 언정, 현재의 휴식이 당장 필요한 친구도 있다. 우리 모두 그 불안한 시간이 지나면 밝고 행복한 시간이 찾아올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현재를 힘들어한다. 나 또한 더 발전하기 위해서 현재를 마냥 즐기고 있지도 않다.

 

왜 우리는 항상 현재를 행복해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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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을 재밌고 큰 고난 없이 보내면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못할 거야. 혹은 분명 더 힘들어질거야.’ 그래서 현재의 나를 더욱 채찍질하는 감이 크다.

 

과거였으면 ‘그래도, 지금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거 아닐까? 좀 더 즐길 수 있는 거잖아’ 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고난의 시간을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마저 사치인 듯하다. ‘그럴 시간이 어디있어! 힘들다고 죽지 않아! 이럴 시간에 더 집중해!’ 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내가 ‘틀렸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 시기에 맞는 정답이 있을 것이다. 아마 지금은, 현재를 행복해하기엔 너무나도 숨가쁘고 바쁜 시간인 것 같다. 나도,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도. 현재가 아무리 완전히 행복하진 못하더라도, 각자의 사정으로 비롯한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란 믿음이 우리 모두에게 생긴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벚꽃이 흩날린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고 애를 써본다.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꽃잎을 많이 잡고 싶다.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나 야속하게도 꽃잎도 잘 잡히지 않는다. 아마 우리의 꿈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게끔, 우리의 노력이 더 빛나게끔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럼, 우리의 노력이 더 빛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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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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