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회백색 콘크리트에 담긴 음악 [공간]

음악 감상홀 '콩치노 콘크리트'
글 입력 2024.04.0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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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퍼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 ‘Concino’와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공간이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인 콩치노 콘크리트는 파주에 위치한 음악 감상 홀이다.

 

최근에는 새로 오픈하는 가게의 대부분은 ‘카페’이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서 컨셉을 판매하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서울 근교에는 관광의 목적까지 갖추어 더욱 확실하고 독자적인 컨셉을 가진 카페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콩치노 콘크리트는 어떠한 음료도 판매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반입조차 불가능한, 오로지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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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1930년대에 미국 대형 극장에서 쓰였던 스피커 시스템을 차용하여 일상에서는 흔히 경험하기 힘든 웅장함으로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웅장한 울림은 공간을 에워싼다. 이 공간이 카페와 쓰임을 함께하였다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커피의 향과 카페 기계들의 소음이 오롯한 음악 감상을 방해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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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치노 콘크리트는 비교적 대지가 높은 곳에 위치하여 올라갈수록 임진강이 널리 보인다.

 

2층의 콘서트홀에서 시작한 여정은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새로운 조망을 선사한다. 이 여정 속에서 계단은 단순히 수단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상층으로 올라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외부 경관, 부드러운 자연광, 너머로 보이는 스피커들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 하나가 존재감을 뽐내는 사이, 회백색 콘크리트는 다양한 오브제들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보다는 묵묵히 그들을 위한 잔잔한 배경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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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온 것들에서 오는 감동이 있다. 1950년대 스튜디오에서 쓰이던 스피커의 울림, 벽면을 가득 채운 바이닐 그리고 그 모든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해 온 음악이 그러하다.

 

이곳에서는 시각과 청각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조망과 음영에 따라 적절하게 뚫린 창, 균형 있는 음향을 위한 소리길 그리고 그들을 받치고 있는 회백색 콘크리트였다.

 

콩치노 콘크리트에서의 경험은 다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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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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