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포크(Folk)의 가삿말들 [음악]

글 입력 2024.04.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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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끈 이래로 영어 작사의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흐름과는 무관하게 묵묵히 우리네 정서가 잘 묻어나올 수 있는 한글 가사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한글 가사가 주가 되어 특히나 그 가사의 의미를 꼭꼭 씹어내고, 음미할 수 있는 장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포크 음악이다.

 

포크 음악에서 '포크'는 '민속의', '민중의'라는 뜻의 영어 단어 Folk를 의미하는 만큼, 해당 장르는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함께 민속적 정취를 자극하는 가삿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한국' 포크라고 함은 어떤 장르보다도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우리네 정서를 잘 담아낸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지닌 한국 포크 음악의 가사를 곱씹어보기 위해 몇 개의 가삿말을 가져와서 살펴볼 예정이다. 아티스트는 현대 인디 음악씬에서 포크 음악 장르를 선두하고 있는 김일두, 이랑, 이민휘 세 명으로 선정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발췌기준이긴 하지만, 작성자인 '내'가 음미해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들 위주로 모아보았다.


 

 

김일두, 뜨거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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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알 수 없는

세상 이치로 지칠 때에

잠도 꿈도 잃은 채

붉은 눈가 숨긴 팔짱으로

맞이한 아침

너의 발견은 불이었어

저 해보다 뜨거운 불

너의 존재는 불의 발견"

 

- 앨범 꿈 속 꿈 中 『뜨거운 불』

 

 

"도저히 알 수 없는 세상 이치로 지쳐 붉은 눈가 숨긴 팔짱으로 맞이한 아침"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어구가 떠오르는 가사로, 알 수 없는 세상의 부조리함에 지친 화자가 눈물로 붉어진 눈가를 숨기기 위해 묵묵한 팔짱으로 그것을 무마하려는 이미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리고 '너의 존재'가 '불의 발견'이었다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가사이기도 하다. 초기 인류가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격과 초월을 떠올려보면 가사의 깊이를 더 절실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해'보다 뜨거운 불이라는 가사가 '너'의 존재에 절대적인 지위를 부여해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화자에게는 너의 존재가 저편에 존재하는 태양보다도 뜨거운 소중하고 초월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친 화자에게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헤아려볼 수 있는 가사이다. 

 

 

 

이랑, 환란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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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내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

그 시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 쳐버리자"

 

- 앨범 늑대가 나타났다 中 『환란의 세대』

 

 

노래 속 화자는 '모두 한번에 죽어버리자', 혹은 '멸망해버리자'라고 말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현재의 연결과 연대는 유지한 채로, 새로운 세계로의 재탄생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날한시에 죽자는 건 나의 친구들과 함께 개천(開天)을 바라고 있다는 것. "죽고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라는 어구를 상기시킨다.

 

'죽고 나면 피안(彼岸)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그런 마음에서 모두가 한날한시의 죽음을 염원하며, '환란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진정한 안식을 찾고 싶다는 의미의 가삿말이라 보여진다. 다함께 죽자고 말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이 관계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 연결이 영원히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민휘, 부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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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속한 사람들 이 산을 오르네

구름 속을 더듬어 가네

그곳엔 우리가 기다려온 무언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조심하렴 한 번의 실수에

사람들이 사라진다

조심하렴 진실을 말하면

이 산이 무너진다

문지기를 만난다면 거짓말을 하세요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짓말을 하세요

사람들은 이 산을 오르고 또 오르네

구원을 찾아서 오르네

오르고 또 오르네"

 

- 앨범 빌린 입 中 『부은 발』

 

 

곡 초두에 나오는 '환속한 사람들'이라는 가사가 곡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부은 발』은 짧은 이야기 형태로 구성된 가사로 산, 사람, 말, 진실, 구원, 문지기, 붕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은 발'이라는 제목이 꽤나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 걸었을 때 발이 붓곤 하는데 그렇다면 이 여정은 꽤나 길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구원'을 찾기 위해 발이 부을 만큼 험한 산길을 오르지만, 한 번의 '실수'도, '진실'도 용납되지 않는 '거짓말'로써만 구원으로 향할 수 있다는 가삿말이 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구원'으로 향하는 '거짓말'이 무엇에 비유될 수 있을 지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겠으나,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가사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 포크가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는 그 고유의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또한, 한국인 리스너이기에 곡과 통하는 주파수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K-Folk의 가삿말과 선율을 즐기며, 미래에 더 다양한 포크 음악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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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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