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젠가 무지개를 건너야 하는 날이 온다면 [음악]

너에게 꼭 듣고 싶은 말
글 입력 2024.03.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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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같이 산 지는 벌써 7년이 다 되어간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우리 가족이 키우고 있다고 정정하는 것이 좋겠다. 17살 때 가족이 되었고, 21살에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었기에 지금은 방학 때만 볼 수 있다. 포메라니안과 스피츠 사이에서 태어난 믹스견이다. 당연하겠지만 내 눈엔 세상에서 제일 이쁜 강아지, 이름은 ‘봉순’이다.


자,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내가 왜 우리 집 막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지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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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최근까지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봉순이가 무지개로 떠나는 생각. 보통 강아지의 평균 수명은 10~13년 정도이다. 물론 주변에서 더 오래 살았던 경우도 봤지만 대부분 그렇다. 봉순이가 7살이니 최대 평균 수명인 13살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 나한테는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내가 봉순이가 무지개로 떠나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들 때문이다. 산책을 여전히 좋아하긴 하지만 예전보다 금방 지치고, 잠자는 시간이 많아졌고, 수염이 흰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친구들이 키우던 반려견들이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며 실제로 여러 번 만났었고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이라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때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 머지않은 날에 우리 집 막내와 이별을 하게 되겠구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년, 물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그보다 짧을 수도 있다. 그렇게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듯한 노래를 발견하였다.

 

 

김세정 앨범 표지.jpg

 

 

바로 김세정의 정규 1집 ‘문(門)’에 수록된 ‘언젠가 무지개를 건너야 할 때’이다. 이 노래는 첫 문장부터 나를 울컥하게 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왜 이리 짧은지

모든 날이 아쉬움뿐인데

 


제목과 첫 문장만 봐도 이 노래는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반려견이 가족에게 전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날 안아주며 눈을 맞추던

너의 모든 마음에도

고마웠었다고 항상

 

언젠가 나 널 두고 멀리

펼쳐진 무지개 넘어 밟아 오를 때면

 

너에게 나 전해줄

내 마지막 이야기는

늘 사랑했다고

Now I understand why

나의 영원한 my friend

 

 

자신을 안아주던 마음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그 마음이 고마웠다고, 늘 사랑했다는 말을 전한다. 마치 반려견이 마지막 순간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지금까지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하는 듯하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한 구절이 하나 있다.


 

매일 놀아 해진 teddy bear

어느새 닳아 버린 floor

 


매일 놀아 해진 인형과 닳아 버린 바닥. 우리 집 막내는 인형을 아주 좋아하고 활발해서 뛰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이 구절을 듣자마자 봉순이가 떠올랐고 공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우리 집 막내가 무지개를 건너야 하는 날이 온다면, 아니 올 것이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도 동물도 모든 생명에게 끝은 분명히 있으며, 그로 인한 이별도 받아들여야 한다. 많이 사랑했다면 그만큼 이별의 슬픔과 고통은 비례할 것이다.


그래서 반려견과의 이별을 떠올리면 슬픔의 크기가 예상되지 않을 만큼 사랑하고 있기에 너무나 무섭지만, 이 노래의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생각했다.


이별을 피해 갈 수는 없지만, 이별 후에 느끼는 감정 중 후회는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노래의 가사는 반려견이 가족에게 사랑, 고마움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봉순이에게 마지막 순간에 행복했고 사랑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 안아주자고, 있는 힘껏 사랑을 표현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보통 무지개를 건넌다는 표현은 반려견과의 이별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고,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고 있기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반려견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 이 노래가 꼭 반려견과의 이별에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하진 않는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이별이 있고, 어떤 형태이든 간에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이별을 겪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물론 이별을 앞두었거나 다가오지 않았음에도 이별이 두려운 이들에게 이 노래를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노래를 통해 마지막 순간에도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이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처럼 이별의 두려움을 위로받길 바란다.

 

 

 

에디터 명함.jpg

 

 

[신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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