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편곡이란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 -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

글 입력 2024.03.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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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포스터]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jpg

 

 

유튜브에 지브리 ost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플레이리스트들이 나온다. 책상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현대인으로서, 주어진 일에 집중하기 위해 지브리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했던 적이 다수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묘한 궁금증이 생겼다. 어째서 같은 지브리 곡인데도 플레이리스트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Jazz, Lofi 등 장르의 차이점을 넘어서서 같은 클래식이라는 장르 속에서 같은 악기로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도 묘하게 플레이리스트마다 연주되는 방식이 달랐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그렇게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때마다 의구심을 가지며, 각기 다른 분위기의 지브리곡을 즐겼다. 그리고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앙상블>을 즐기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과거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쇼팽, 그렇다면 현대에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가 누군가 생각해 봤을 때 히사이시 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회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피아노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은 꼭 들어봤을 작곡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많은 작품 ost를 담당하며 한 세대의 유년기를 책임졌던 그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전혀 다른 시대의, 다른 듯 닮은 점이 많은 두 작곡가의 곡들이 모여 어떻게 편곡이 되고 어떻게 새로운 분위기를 이뤄내는지를 느끼며 즐기는 것이 공연의 주요 흐름이었다.


공연은 친절했다. 클래식에 대해 어떠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피아니스트이자 사회자 송영민의 해설은 굉장히 섬세하게 이뤄졌다. 직접 연주를 하며 편곡의 주요 포인트에 대하여 미리 예시를 들어주기도 하고, 각 시대별로 쇼팽의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송영민 피아니스트의 해설을 따라 하나씩, 차근차근 이해하며 다음 따라올 곡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편곡’에 대한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곡인데도, 어떻게 서로를 녹여내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지금까지 들어온 플레이리스트가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편곡됨을 넘어서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도 알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떤 부분을 죽일지, 어떻게 두 곡을 연결지을지 등 나에게는 단순히 ‘다른 분위기의 지브리 음악’이, 타인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세계와의 결합과 확장이었음을 깨닫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해설을 들은 후 쇼팽의 곡을 들으니 함께 연결되었던 지브리 영화의 장면들이 직접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도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쇼팽의 곡을 들으며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바닷마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느끼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점은 관객들의 모습이었다. 어린아이도 정말 많은 공연이었기에 이따금씩 소음이 있을 수 있겠다는 고려를 하고 있었는데, 공연이 시작되자 남녀노소 모두가 공연에 빠져들며 공연장은 오직 연주 소리만이 들리고 고요했다. 친절한 해설과 지브리와 쇼팽이라는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주제, 그리고 멋진 연주까지 삼박자가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함께 공연을 즐겼던 동행자와 함께 공연장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공연장 밖은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북적거렸고, 그들은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아까까지 들은 음악이 마치 그들의 하루를 멋지게 마무리 짓는 OST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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