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소년소설 등장 배경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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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배경
청소년소설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담론화되어 간다. 따라서 청소년소설이라고 하는 개념 역시 고정되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며, 현재까지 시대적으로 변화하며 담론화되어 가는 과정에 중에 있다. (푸코에 따르면 담론은 진리와 지식 및 정의 그 자체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규칙 체계이다. 담론이 형성된 곳에는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반드시 적용되며, 이 틈 사이로는 권력이 개입하게 된다.)
특히 탈구조주의 철학을 배경으로 생성된 탈식민 담론을 응용하면 현대 청소년과 청소년문학의 성격을 분석해 볼 수 있게 된다. 탈식민주의에서 제국과 식민을 형성하는 양상을 중심:주변, 주체:타자로 본다면, 그 위치는 다시 성인:청소년으로 도식화된다. (탈식민의 전개 양상이 근대사회에서 하위집단으로 형성된 청소년들의 상황과 유사하기에 그렇다.) 청소년은 문화를 획득하기 위해 성인이 만들어 놓은 문화의 틈새를 통해 제3의 공간을 창출해 나간다.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문학 장르의 형식과 내용을 전유하여 새로운 지형을 창조하는 문학을 추구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청소년문학도 일종의 혼종성이 담보된 틈새의 공간에서 탄생한 생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은 곧 근대사회에서 약자에 속하는 집단이기에, 그들의 문화에서는 당연하게 저항성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청소년소설은 부분적으로 탈근대적 문학의 성격을 담보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세기말 새롭게 주목된 청소년 집단에서의 청소년소설이라는 문화의 발생은 하위주체인 청소년들에게 있어 매우 정치적인 시도였다. 탈식민주의의 슬로건 '저항에서 유희로'의 과정은, 근대사회의 청소년 집단이 자신이 주변화된 집단임을 스스로 인식하는 순간 저항성을 발현하고 그것이 곧 유희라는 문학으로 전유되는 흐름으로 빗대어 설명해 볼 수 있다. 청소년소설은 저항의 과정에서 기존 근대소설, 즉 성인소설이 가진 문법을 가지고 중심과 주변으로 이분화된 사회의 틈새를 공격한다. 그러니 청소년문학 역시 탈식민의 문학에 나타나는 성격처럼 하위주체의 처지와 입장을 드러내는 저항적인 문학으로서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문화적 배경
청소년문학의 실현은, 우선 청소년문화 형성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그 문화를 지속적으로 항유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여건이 만들어질 때 정착될 수 있다. 한편 청소년기 자체를 누릴 만한 문화적 여유가 없었던 대한민국 청소년에게는 오랫동안 문화 향유의 기회가 없었다. 소비의 관점에서 본다면 1990년대 이후 소비문화의 본격적인 부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국의 청소년층은 학용품, 교복, 서적 등을 소비할 뿐 중요한 소비 주체로 인식되지 않았으며, 근대적 산업화가 절정을 이루었던 80년대까지만 해도 청소년 활동 범주는 학업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소비문화가 발전됨에 따라 청소년층도 전망 있는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렇게 청소년문화가 형성되었고, 이에 그들의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청소년문학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상황에서 가장 고려해야 하는 점은 '청소년'이라는 집단의 인식 변화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책과 문화가 어른들의 것이었다면, 이제는 청소년들도 그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도 아이들이 읽는 동화나 어른들의 소설처럼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이 필요하다는 문화적 인식에 따른 시대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렇듯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에서 두드러진 문화 현상 중의 하나는, 다원화된 문화 주체의 출현이었다.
김신일(1992)은 청소년문화를 보는 인식을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 청소년 문화를 재단하는 보수적인 관점
1. 청소년문화를 미숙한 문화로 보는 입장: 이것은 어른의 과점으로, 부모와 같은 입장에 서 있는 어른들은 언제나 청소년을 미숙하게 생각한다.
2. 청소년문화를 비행문화로 보는 입장: 청소년들은 의식적으로 사회적 규범 깨트리는 것에 쾌감 느낀다. 그러니 아이들은 항상 성인의 감독하에 있어야 한다.
*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합리적인 관점
3. 청소년문화를 하위문화로 보는 입장: 청소년문화도 사회 전체의 문화 가운데 일종의 하위문화로, 청소년이라는 연령 집단에 적합한 문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4. 청소년문화를 대항문화 또는 반문화로 보는 입장: 기성세대의 문화를 주류라고 한다면 청소년은 반주류가 된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문화 대안으로 자신의 문화를 내세우며 개혁과 변화를 요하며,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5. 청소년문화를 새로운 문화로 보는 시각: 어른들의 눈에 이상스럽고 한심하게 보이는 것이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행동으로, 그들이 가지고 살아갈 세대의 문화의 일종이다. 이것은 세대가 바뀌며 생성된 문화 요소이다.
앞의 두 관점은 어른들의 입장에서 청소년 문화를 재단하는 보수적인 관점이고, 뒤의 세 관점은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합리적인 관점이다. 청소년문화를 받아들일 때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여 그것을 일종의 하위문화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집단은 자신의 사회적, 물질적 조건에 따라 문화적 실천을 하여 타 집단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며 하나의 하위문화를 형성해 낸다. 이러한 문화 형성 과정은 청소년문화에도 적용된다. 청소년문학 형성의 토대는 곧 사회적으로 청소년문화를 향유하는 청소년독자층이 생긴 것과 더불어 또 청소년소설 속 인물에게 어떤 모양으로든 그들만의 문화적인 행위 혹은 문화생활이 부여되기 시작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문화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의 문제로, 청소년들이 삶의 내용을 채우는 총체적 행위를 일컫는다. 이전의 청소년은 어른에 의해 규정된 공부만 하는 청소년이었지만, 90년대 이후 청소년은 주체적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청소년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청소년소설의 내용을 담보해 줄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이 생성되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 출처ㅣ 오세란 선생님의 저서 <<한국 청소년소설 연구>> 4장
[신채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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