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넌지시' -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시인이 바라본 화가
글 입력 2024.03.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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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회화의 만남이라, 이토록 닮고도 다른 갈래가 있을까.

 

예술을 표현하는 분야라는 점에선 문학과 회화 모두 역사가 깊은 학문이지만 글로써 이미지를 상상하게끔 만드는 문학과 그림으로써 그 속의 이야기를 생각하게끔 하는 회화는 매우 다르다. 따라서, 이 책,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은 특이하다. 시인이 화가를 바라보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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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시인이다. 시인 채호기. 그리고 그가 글을 쓰는 대상은 화가다. 화가 이상남, 현대미술 화가. 따라서 화가가 표현하는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시인은 글로 전한다.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이상남의 작품을 채호기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 표현한다. 묘하다. 경계에 있는 정서를 시인과 화가가 함께 공유하며 화가의 작품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 자체에 대하여 예술서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도 있겠다.

 

이상남은 '새로운 유형의 기하추상'을 창안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현대미술 화가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의 작품을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수도 없이 표면을 덧칠하는 이상남의 노력이 빛나는 모습이다.

 

이상남은 첫 전시부터 설치적 회화에까지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순간들에 모두 뉴욕을 비롯한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자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는 듯한 모습으로 작품에 감응하고, 그 작품은 공간에 감응한다. 감응, 그래, 이상남의 키워드다.

 

채호기는 이상남의 작품에 감응한다. 마음을 함께 하여 그의 작품에 깊게 집중한다. 이상남과 채호기가 대담을 진행하며 그들은 서로에게 또한 감응한다. 그 감응의 과정은 '넌지시'다. 과감하게 서로를 향해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은근함을, 그 번져가는 마음을 넌지시 서로에게 건넨다. 그렇기에 독자는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을 읽으며 어느 순간, 이들에게 또한 감응할 수 있을 것이다, 넌지시.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은 이상남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채호기가 자신의 언어로 분석하고, 또 그와 함께 하며 나눈 대담을 자신의 언어로 옮겨 적는다. 단순히 미술 비평을 한다기 보다는 화가를 깊게 사랑하는 시인이 조심스럽게 그의 작품을 하나 하나 벗겨내는 듯하다.

 

특히 1부인 이상남의 작품세계를 분석하는 부문을 채호기가 매끄러움, 두께 등으로 아주 세분화하여 글로 적은 것이 매우 인상깊다. 흔히 '덕질'이라고들 하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따라가고자 하는 마음을, 너무나도 그 마음이 소중하고 조심스럽기 때문에, 그 귀애를 세심하게 적어놓았다. 예술을 또 다른 예술로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새롭고 신선하다.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 등의 표현은 차갑고도 따뜻한 그 미적지근한 온도를 아주 잘 표현한다. 이상남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묘하고도 미지근한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을 읽다보면, 모르는 새에 그 미지근한 온도에 맞춰 글을 읽게 된다.

 

그렇게 '넌지시', '감응'하는 순간을 느끼다 보면 독자들도 이 책에 '넌지시 감응'되어 글과 그림의 예술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컬쳐리스트.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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