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끝과, 시작 - 유니버설발레단, 코리아 이모션 Korea Emotion 情

글 입력 2024.02.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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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이모션-poster-final.jpg

 

 

비가 올까말까하는 겨울의 끝,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코리아 이모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오늘의 동행자는 난생 처음으로 발레를 보러가는 친구, 코리아 이모션 전은 늘 기대 이상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친구도 내가 느꼈던 감정을 느끼길 바라며 아차산역으로 향했다.

 

막공이어서 그런지 아트센터는 공연 30분전임에도 수많은 관객들로 붐볐다.


코리아 이모션 전은 국악과 발레의 융합으로 한국 창작 발레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 9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남녀 2인무뿐만 아니라 그동안 흔치 않았던 남성-남성, 여성-여성 군무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연출 유병헌,무대 김승철, 음악에 지평권, 앙상블 시사뉘, 피터 쉰들러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6.jpg

 

 

아직 새해의 설렘이 남아있는 2월 중순이어서 그런지, 공연 전 문훈숙 단장님의 우아한 반절과 함께 공연에 대한 간단한 해설이 있었다.

 

해설 중간중간 작은 손발짓으로 춤을 추시며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참 우아했다. 가슴을 열고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서양의 발레와 가슴을 안으로 넣으며 기를 모아내는 국무의 융합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자 어떻게  융합 되었을까 더욱 기대가 샘솟는다.


공연은 남녀 8커플의 군무인 동해 랩소디로 시작했다. 강렬하고 화려한 춤사위가 눈에 띈다. 특히 남성 무용수들이 무대위에서 팔다리를 쭉쭉 뻗어나가는 모습에 넘어지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동시에 그 힘과 근육이 부럽다. 이후에도 여성 4인 군무, 남성 2인무 등 자주 접하진 못했던 다양한 조합의 무대가 선보여졌다. 기분탓인지, 한복과 발레라는 묘한 조합 때문인지, 분명 애절한 사랑, 그리움을 연기하는 남성-여성 군무가 그날따라 부모-자식 간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여섯번째 순서였던 남녀 2인무 미리내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든다.

 

떠나보내는 부모, 떠나가는 자식을 생각하면서 관람하자 더 깊이 애절해진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jpg

 

 

9개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었던 정선 아리랑은 시작이었던 동해 랩소디와 비슷한 동작이 반복되었다. 화려하고 강렬한 시작처럼 느껴졌던 같은 안무는 9작품을 모두 관람하고 나자 묵직하고 장엄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용은 정말 묘한 힘이 있다. 무대 예술만이 뿜어내는 육체의 힘이 음악과 합쳐져 호소력 짙게 마음을 두드린다.최근 예술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어려운, 이해되지 않는, 혹은 마냥 사적인 예술"을 보는 것이 속으로 힘들었나, 이번 공연을 보며 마음 속 무언가가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2 - 복사본.jpg

 

 

개인적으로 연출과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거대한 종합 예술을 보았을때 저것을 연출하고 기획한 사람들이 상상했을 큰 그림을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명료하고, 담백하게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는지도. 그런 면에서 무대미술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물리적인 현실이 갖는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의 초반엔 조금 무대가 심심한가? 했지만 공연의 후반으로 갈수록 무용수와 음악의 아우라가 무대를 채웠다. 종종 관객이 분석이나 관찰을 하게 되는 무대를 만나며 아쉬운 것이 많이 남는다. 그렇지 않은 공연에선 감상과 몰입이 주가 된다. 이번 공연은 후자에 아주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5.jpg

 

 

아, 손유희 발레리나가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유독 꽃을 든 관객이 많았고, 무대가 끝나고도 연속해서 인사하는 모습에 무슨 일인가 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였던 손유희 발레리나의 은퇴 무대였던 것이다.

 

인사가 끝나고 퇴장하나 싶더니 단원과 가족들의 영상 편지가 무대를 채웠고, 손유희 무용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 예술가에게 무대를 떠나는 순간이 어떤 의미일지, 어떤 감정일지, 참 복잡했고 관객으로선 아쉬운 순간이었다.


오늘의 동행자는 관람이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발레 공연은 처음이지만, 공연장에서 안 잔것이 정말 오랜만이었고, 예술다운 예술을 보았다고.

 

이번 공연은 누군가에겐 마지막이었고, 누군가에겐 첫 발레의 경험이었다.

 

공연 제작자, 무용가, 연출가 및 모든 스태프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아름다운 여운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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