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대답의 몫을 수행하는 글쓰기

공연 리뷰의 존재 이유에 대해
글 입력 2024.02.17 16:1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들어가면서


 

kaitlyn-baker-vZJdYl5JVXY-unsplash-2.jpg

사진출처 - Unsplash, Kaitlyn Baker

 

 

이번 공통주제 글쓰기의 타이틀은 ‘나의 글 기고 노하우’다. 이 주제를 놓고 내가 썼던 글들을 되살펴 보니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말하기에는 멋쩍어도 ‘꾸준히’ 썼다는 점만큼은 자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아트인사이트의 지면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글을 보면 다시 꺼내보기 낯부끄러운 글도 있지만 만족스럽게 쓰려고 애썼던 글도 분명 있다. 그 기록을 훑어보면서 나의 글쓰기에 대해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글로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건 내 입장에선 약간 부담스럽다. 글쓰기의 방법론을 본격적으로 배운 적은 없기에, 정석적인 가이드라인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면서 쌓아온 습관을 돌아보는 글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갈고닦으면서 알게 모르게 익혀온 팁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써온 글 중에서도 연극 리뷰에 초점을 맞추어 보려고 한다. 리뷰 위주로 글을 썼던 근 몇 년을 되돌아보니 공연 리뷰, 그중에서도 연극 리뷰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연극 리뷰의 구성을 작품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로 나누어 정리해 보고, 그 요소들을 서론-본론-결론에 배치하는 방식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에 앞서 내가 쓴 리뷰 중 참고가 될 만한 글 몇 가지의 원문을 첨부한다.


 

[Review] '스고파라갈', 과연 무엇이 똑바르고 무엇이 뒤집혔는가 - 영리한 시선으로 논하는 예술의 역할

 

[Review] 거창하지 않아서 서늘한 전쟁 이야기, 국립극단의 '몬순'

 

[Review] 완전한 자유에 발 묶인 자의 결말, 연극 '슈미'

 


 

연극 리뷰를 구성하는 것


 

stefano-stacchini-jhPSJDhiRyQ-unsplash.jpg

사진 출처 - Unsplash, Stefano Stacchini

 

 

먼저 작품 외적인 요소부터 살펴보자. 일정이나 장소, 행사 취지 등의 기본적인 공연정보를 비롯해 무대미술이나 조명, 음향, 의상 등의 요소가 이에 속할 것이다. 내 생각엔 배우의 연기력 역시도 이쪽에 가까운 것 같다. 작품의 세계관 내부로 깊숙히 진입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모두 작품 외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몰입’으로만 찾아낼 수 있는 작품 내적인 요소는 뭘까. 피상적인 작품의 줄거리에서 한 발 나아가야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 또 세밀한 층위의 연출의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소들을 글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가장 먼저 서론에서는 공연의 주제의식이 삶의 요소와 맞닿는 지점을 살핀다. 글을 읽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다. 공연 리뷰란 읽는 이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이완된 상태로 읽을 만한 글은 아니다. 무대 위의 세계는 현실과 분리된 가상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술의 근원은 틀림없이 우리 삶의 일부다. 그래서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즉 공연과 우리 삶이 맞닿아있는 접점은 읽는 이가 공연의 세계관에 접근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된다. 이와 더불어 기본적인 공연정보를 싣고, 때로는 연극 관람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무엇을 기대했는지 쓴다.


본론에서는 무대 관객석에 앉은 이후부터 느꼈던 바를 쓴다. 가장 먼저로는 개막 전에 확인했던 객석의 분위기나 무대 위의 장치에 대해 주로 설명한다. 기본적인 시놉시스나 무대디자인을 살피면서 공연의 성격을 미리 예상해보고, 관람을 준비하며 가졌던 마음가짐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부터의 흐름은 연극의 내러티브다. 이를 전개할 때 단순한 줄거리의 요약에 그치지 않도록, 관람 당시 즉각적으로 느꼈던 바나 주관적인 인상을 포함시키려 노력한다. 실연이 끝난 직후에 남았던 생각까지 정리하면 본론부는 마무리된다.


결론에서는 공연장을 벗어난 뒤부터 글쓰는 시점까지 고민한 후속적인 감상평을 옮긴다. 다시금 기획의도로 돌아가 극의 흐름을 복기하며 나름의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이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던 시의성 혹은 일종의 교훈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메시지 자체는 새로울 바가 없더라도, 그럼에도 이 연극으로 그 메시지가 전달되어야만 하는 당위를 발견하려 애쓴다. 다르게 말하면, 이 연극이 다른 연극 혹은 다른 표현법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더불어 연출의도가 반영되었다고 여겨지는 장치를 찾아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품 내적인 요소를 드러내는 결론부가 글 전반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다.

 

 


마치면서


 

unseen-studio-s9CC2SKySJM-unsplash.jpg

사진 출처 - Unsplash, Unseen Studio

 

 

나에게 리뷰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는 작품의 가치를 발견해 주는 것이다. 예술적인 발언이 허공의 외침에서 그치지 않도록, 감상자로서 응당 해야 할 ‘대답’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연 리뷰가 단순한 정보성 기사나 언론배포용 보도자료와는 달라야 하는 이유다. 리뷰(Review), 즉 공연을 다시 보는 과정에서 필자로서 ‘나’의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 그렇기에 예술 작품의 리뷰란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의 대화다. 각 주체의 단절된 목소리가 아니라 연속적인 일련의 흐름이 되도록, 창작자의 노력에 뒤이어 더불어 힘을 쓰는 과정이다.

 

글을 마무리하려는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나의 습관을 돌아보려던 글이 앞으로를 위해 나 자신의 방향성을 다잡는 글이 된 듯하다. 내가 추구하는 방식들을 늘어놓긴 했어도, 글을 쓰는 매 순간마다 한결같이 충실을 다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이 지향이 읽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20230822121255_ydyznewh.jpeg



[유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