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집 나간 주장을 찾습니다

글 입력 2024.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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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스트 기고를 올릴 때면 2024년도 훅훅 지나간다는 걸 느끼곤 한다.

 

한 달에 하나의 글을 올리는데, 내가 글 쓰는 창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 달이 지나갔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2월 9일이다.

 

새해의 다짐 중 하나이며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하고 있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독서'다. 휴대폰과는 멀어지고, 책을 전보다 더 가까이 하고자 한 것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기로 한 건 덤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글이나 사설 따위를 종종 읽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독일까? 많이 읽고 생각하는 것. 하는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가 하나 발생하는데, '나의 생각'을 내리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작가, 전문가, 권위 있는 인물의 들을 읽다 보니 그 생각을 옹호하기 바쁜 사람처럼 곧장 그 말을 따라 버리곤 한다.

 

얼마 전에 책 하나를 읽었다. 그 책은 인간의 의지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정확히는 얼마나 별게 아닌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그것을 읽으면서 '아, 맞지. 적어도 요즘은 의지보다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이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책 다음에 읽은 책은 공교롭게도 인간의 의지를 높이 사고 있었다. (이쯤에서 적어 두자면 의도하고 두 책을 차례대로 읽은 것은 아니다. 우연하게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번에 나는 '아, 맞지. 인간의 의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 모든 일은 내가 마음 먹기에 달려 있어.'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나에게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이게 맞는 듯하고, 저 이야기를 읽으면 저게 맞는 것 같다. 내 주장이 무엇인가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나름 생각해낸 방안으로, 책을 읽을 때마다 내용을 정리하고, 소감을 적어내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를 던져 나의 답변을 적어보고, 작품 속 인물이라면 어떻게 답할지를 적는다. 여전히 작가의 의견에 무심코 따라가곤 하지만 전보다는 나아진 듯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나는 고집도 센 사람이라 주장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줏대가 없다는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혼자 사고하고 주장을 펼치는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잘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다시 또 많이 읽고, 남들과 많이 나누다 보면 나아지겠지. 그런 기대를 해보겠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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