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메모리를 최적화하는 연습 - 20%만 쓰는 연습

우리 삶엔 클라우드가 없으니까,
글 입력 2024.02.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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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효율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가 선택하는 가치가 아니었을 뿐더러 내가 타고난 재주가 아니었다. 그러나 생산성에 대한 열망은 늘 있어왔는데, 언제부턴가 그 양적인 기대치에 도달하는 일이 버거웠다. 한계를 맞닥뜨린 것 같았다. 특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자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요즘 같은 환경에선 불쑥불쑥 치솟는 욕망들까지 가지치기 해야 한다는 필요가 따라붙어 두 배로 피로했다.

 

여러 이유로 원하는 만큼 일을 해내지 못하면서 나는 항상 시간에 쫓긴다는 느낌을 받거나 내 역량 부족의 탓으로 얼버무려지며 위축되고 또 자책했다. 그리고 점차 노력이나 열정 같은 것만으로는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힌 뒤에야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시간과 집중력과 돈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선 각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거라는 어렴풋한 고민을 하던 중에, 타이밍 좋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20%만 쓰는 연습』을 쓴 데이먼 자하리아데스는 80/20 법칙을 토대로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창해 ‘파레토 법칙’으로도 부르는 이 법칙의 핵심은 많은 일의 80%가량의 결과는 단 20%의 중요한 일들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20%만쓰는연습_평면표지 (1).jpg

 

 

나는 제법 분명한 목적을 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므로, 내 실제 일과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

 

특히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 시간 관리에 애를 먹었다. 과제 사항은 무분별하게 입력됐고, 하나하나를 분류하고 수행하고 출력해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체로 계획했던 시간에서 초과됐다. 따라서 내게도 아주 기다란 체크리스트가 있다. 이 목록엔 뚜렷하게 우선 처리되어야 하는 일들도 있었지만, 아주 사소한 업무들까지 모두 있었다. 절반은 언젠가 처리해야 함을 잊지 않기 위해, 절반은 나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스트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과제 목록은 절대 줄어드는 일이 없었고, 어느 날엔 이게 눈앞을 캄캄하게 가로막고 있는 어떤 거대한 몸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1장 ‘업무 효율 극대화’에서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다섯 가지로 제한하라고 말한다. 즉 체크리스트는 존재할 수 있지만 일일 과제 목록은 절대 그런 형태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목록을 구성할 과제의 우선순위는 목표의 80%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20%의 활동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일 과제 목록의 실천 가능한 개수를 정한 다음에는 부록의 ‘초생산성을 위한 습관’ 파트를 연계해 구체화했다.

 

습관 3, ‘시간의 사용 효율 추적하기’ 파트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최근엔 회사 선배와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런 얘기를 나눴다. 선배가 해준 말은 쉽게 말하자면, 당장 실천하려는 일들에 대한 계획이란 내가 하고 싶은 만큼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에 대한 목록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저자의 말을 덧붙이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실제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고, 이 책에서는 추적의 방법을 소개한다. 타이머나 스마트폰 앱들을 이용해 시간을 기록하고 데이터들을 모아 단축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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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나는 역시 인지하고 있던 대로 많은 일 하나하나에 엇비슷한 비중으로 정신과 체력을 소모하면서 신중하고 꼼꼼하게 느릴지 언정 그 지루함을 다 견뎌가며 꾸벅꾸벅 소처럼 일을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그것은 실수가 없게 하기 위해서, 와 같은 착실한 이유부터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말 그대로 완벽한 작업을 해내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령 글쓰기에도 다름이 없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에디터들은 아마 써내려 오면서 반복되는 단어가 없게 하고자 다양한 표현을 고민하고, 한 문장에도 조사를 몇 번씩 바꿔 써보고, 앞뒷말을 옮겨가며 더듬더듬 더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을 찾을 것이다. 글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나열해도 이 정도인데, 야속하게도 그럼에도 매번 부족함은 있다.

 

더 나아가 완벽에 집착적으로 매달려 효과는 놓치고 대신 비효율의 수렁에 빠지게 될 때, 이런 자세를 완벽주의, 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저자는 단호하게 이 파레토 법칙에는 완벽주의가 끼어들 공간이 없다고 얘기한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기 위한 이 법칙에 따르면, 작은 실수들을 이후에 바로잡아나가는 행위에 비해 처음부터 완벽했을 때의 보상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고자 하는 목표’는 곱씹을수록 이상해 보인다.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게 요행을 바란다는 말처럼, 또는 부주의하게 일을 처리해도 괜찮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앞부분에서 저자는 이 법칙이 ‘지름길’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목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과제에 주의와 에너지를 집중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눈으로 보고 셈해 따질 수 있는 값으로도 완벽주의는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은 습관일지 모르겠지만, 경험에 빗대어 내가 완벽주의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는 에너지의 측면에서 접근할 때 더욱 와닿았다. 2장 ‘가사 효율 극대화’에서 저자는 과거 완벽주의였던 시절을 고백한다. 그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하는 데 매주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떤 일이든 주어진 시간이 소진될 때까지 늘어진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기반으로 깨달음을 얻었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과감하게 목표치를 내렸다.

 

‘이만하면 됐어’. 그는 집 청소와 관련해서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을 고수했다. 나는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대충, 무성의하게 일을 처리하자는 것이 아니다. 주의력이 허락된 짧은 시간이 끝나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지치지 않고 넘어가면서 완성도를 덧댄다는 보완의 차원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조금 더 즐겁게, 더 좋은 마음을 쓰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 에너지도 하나의 자원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감정같은 것들에 신경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 또한 한정되어 있다. 스스로를 밥 먹이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거나 은행에 가야 하고, 아플 땐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우리는 그런 다음에야 남는 시간들 - 이동 시간이라거나, 자기 전 일기를 쓰는 시간 - 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누워서 생각을 비울 수도 있고, 책을 읽거나 글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으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즉, 해야 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재충전하는 이 시간을 완벽주의 탓에 미뤄버린 뒤의 불안이나 무리한 계획을 다 지키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에 허비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우리에겐 쉼을 온전하고 충분하게 또 치열하게 누릴 자유 또한 있으니 말이다.

 

나는 여전히 생활 태도 전반의 가치를 효율에 둔다는 것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과 중요한 일들로 이분한 값을 매겨 처리한다는 것, 나아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내게 보상을 남길 것들만 추구하는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기적이고 무심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다. 아주 사소한 일들에도 효율의 저울을 끝없이 달다 보면 작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 내 시야에조차 걸리지 않는 순간이 올 것 같다.

 

다만 생산성을 조금 더 높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이만하면 됐다’고 다독이며 나 스스로에 관해 불필요하게 고민하며 무거워지는 것을 덜어내면 오히려 밖으로 시선을 더 뻗고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의 문제인데, 각기 다른 목적과 목표로 만들어진 다양한 일과 - 책 읽기, 공부하기, 웹 서핑하기, 운동하기 등 - 에 다른 방법을 적용하며 어떻게 하나로 통합된 나를 만들어갈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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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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