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 겨울나그네 [뮤지컬]

뮤지컬 <겨울나그네> 후기
글 입력 2024.01.2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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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포스터 (제공-에이콤).jpg

 

 

뮤지컬 <겨울나그네>가 2023년 12월, 故최인호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새롭게 재창작된 무대로 돌아온다.

 

<겨울나그네>는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 현대 문학의 대문호 故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원작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던 아름다운 사랑과 잃어버린 젊은 날의 순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겨울, 청년, 첫사랑. 키워드만 나열해도 어떤 내용일지 연상이 된다. 더군다나 ‘나그네’라는 다소 투박하지만 쓸쓸한 단어까지.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80년대 소설이 원작이듯, 순수했던 한 청년이 사랑에 빠지고, 시련을 맞이하고, 풍파에 쓰러지고, 마침내 끝을 맺는 클래식한 여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 민우는 정통적인 옛날 ‘주인공’의 형상을 보여준다. 순수하고 맑은 성격, 첫사랑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웃음 짓게 만들고, 의도치 않은 시련에 허덕이는 모습은 안쓰러우며, 진득하게 우직한 성격으로 인한 다혜와의 이별 장면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변 인물들은 어떨까. 사실 주변 인물들이야말로 옛 시절 주인공의 주변 역할로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었다. 오직 민우를 기다리기만 할 뿐,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다혜와 민우를 아끼지만 흔들리는 현태, 날카롭지만 민우의 다정한 한 마디에 마음을 빼앗기고 매달리는 제니까지.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며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는 원작 소설 <겨울나그네>. 하지만 뮤지컬의 단점은 웅장한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대신, 내밀한 감정 묘사는 생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래는 뮤지컬을 관람하며 느꼈던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


민우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과 의도치 않게 전과자가 된 인생. 민우의 인생은 주인공답게 롤러코스터를 탄다. 더군다나 출생의 비밀로 인해 남은 가족에게마저 버림받는데. 그럼에도 민우의 곁에는 친형보다 더 가족 같은 현태와 모든 것을 감싸주는 연인 다혜가 있었다.


물론 민우와 같은 상황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민우의 선택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혜를 버리면서까지, 현태를 외면하면서까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생각은 제각각일 것이다.

 

 

[겨울나그네] 공연사진3 (제공-에이콤).jpg

 

 

다혜는 민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까.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 클리셰지만 가장 풋풋하고 귀여운 첫사랑 서사다. 순수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혜는 묵묵하게 민우를 기다린다. 심지어 민우가 자신을 두 번이나 외면했음에도, 민우가 제니와 아이를 가졌음에도 민우를 간직한다.


민우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아도 민우를 원망하지 않고,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져도 화내지 않는 다혜. 그러다 결국 끝까지 곁에 남아준 현태를 선택하는 다혜는 답답하지만 미워할 수 없다. 하지만 다혜의 능동성이 조금 더 부각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나그네] 공연사진4 (제공-에이콤).jpg

 

 

제니의 서사는 무엇일까.

 

다혜와 대비되어 눈에 띄었던 적극적인 제니. 아마 현재 소설을 쓴다면 다혜가 아닌, 제니가 여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 민우의 서사에 집중했기 때문일까. 제니의 캐릭터성에 비해 제니가 품은 서사를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사랑하는 민우와 마침내 결혼한 제니는, 어떻게 보면 승리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다혜를 사랑하는 민우에게, 제니 또한 화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과 아이를 두고 떠나지 말라는 불안에 떨 뿐. 아이까지 가졌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2024년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겨울나그네] 공연사진7 (제공-에이콤).jpg

 

 

누구나 꿈꾸었던 아름다운 사랑과 잃어버린 젊은 날의 순수. 80년대 소설인 만큼, 현대적 관점에서는 일부 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클래식은 변치 않는 법. 치열했던 민우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현재의 삶과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용기와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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