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빅밴드가 들려주는 재즈의 맛 - 김영후 빅밴드 단독 공연

글 입력 2023.12.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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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에 다다르면 좋은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간다는 아쉬움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다. 사계절을 지나며 쌓인 기쁨, 보람, 애틋함, 서러움, 다양한 감정이 한꺼번에 찾아올 때에 사람들은 음악을 찾는다. 음악에는 특별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의 멜로디나 가사, 혹은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음악에 담긴 무언가가 나도 잘 알지 못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같다. 주위 사람들에게 얻기 어려운 위로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악과 연말 공연이라면 재즈가 먼저 떠오른다. 재즈는 차갑게 언 공기를 녹이고 부드러운 박자로 듣기 편안한 음악을 들려준다. 맑게 흘러가는 목소리, 무게감 있는 악기 소리, 경쾌하게 튀어 오르는 솔로 연주도 떠오른다.

 

 

김영후 빅밴드 포스터.jpg

 

 

그런데 기존의 재즈와는 사뭇 다른 공연이 찾아왔다. 무려 17명에 이르는 연주가가 하나의 팀이 되어 음악을 들려준다. 바로 김영후 빅밴드다. 김영후 빅밴드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재즈 빅밴드 분야, 굳게 닫혀 있던 그 문을 열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재즈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빅밴드가 들려주는 재즈의 맛


 

김영후 (1).JPG

 

 

김영후 빅밴드는 한국에서도 Fine Art(순수예술)를 지향하는 빅밴드 음악이 더 많이 알려지고, 기쁨을 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과 편곡을 맡고 있는 김영후를 더불어 총 17명에 이르는 재즈 아티스트가 함께 한다. 그들의 규모와도 어울리는 제목의 음반인 “범인류적 유산”은 작년 발매 이후 많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주 연주 음반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표지 복사본.jpg

 

 

"’도대체 이러한 음악이 국내 재즈계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 리허설을 위해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을까. 과연 지금 한국 재즈가 갖고 있는 잠재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한국 재즈의 저류에서 진행되었던 경이로운 ‘범인류적인 유산’이다. 2022년 필청의 음반." -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궁금한 마음으로 찾은 그들의 공연은 말 그대로 ‘빅밴드의 힘’이 느껴졌다. 다양한 악기, 뮤지션의 연주가 서로 섞이고, 부딪히면서 어느 곳에서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신기한 점은 인디밴드와 같은 타 장르의 빅밴드 공연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감정 또한 느껴졌다는 것이다. 많은 인원이 한 무대에 올라 하나의 노래를 연주할 때, 그들이 지닌 에너지와 즐거운 감정은 객석까지 전해진다. 빅밴드 특유의 긍정적 감정의 교류,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재즈로 말하는 범인류적 유산


 

김영후 빅밴드 (2).JPG

 

 

김영후 빅밴드의 이번 단독 공연 제목은 그들의 음반 제목을 딴 “범인류적 유산,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이다. 공연 제목이라고 흔히 떠올리기 어려운, 커다란 인류사를 아우르는 제목에 놀랐다. 특히나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이 연상되는 재즈 공연이라 하니 더더욱 물음표가 떠올랐다.

 

공연에서 곡마다 이야기하고자 한 주제, 이를 떠올리게 된 계기를 들으니 흥미로움이 더해졌다. “사피엔스”, “총 균 쇠”와 같은 인류 전반의 역사를 다룬 책을 감명 깊게 읽은 후 그에 영향을 받아 음악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곡 또한 AI와 인간의 대결, 공존에 대한 내용 등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 독특한 주제들이 많았다.

 

이러한 주제를 음악에 어떻게 담을지 궁금했는데, 연주가 시작된 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정말 AI와 인간이 대치하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갈등의 고조와 해결로 나아가는 길까지 여러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풍부하고 다채로운 연주가 가능한 빅밴드의 장점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새로운 시도가 빛나고 탄탄한 연주가 인상 깊은 공연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아티스트들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많은 사람이 함께 했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 완벽한 합을 위해 노력하고 연습했을지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연말을 맞아 따뜻하고 즐거운 기운이 가득했던 공연, 이다음에는 김영후 빅밴드와의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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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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