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루의) '숨'을 불어넣을 노래 : 최유리 [음악]

글 입력 2023.12.22 14:2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KakaoTalk_20231221_174952196.jpg

 

 

하루, 일주일, 한 달, 분기별, 일 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음악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올까? 

 

개인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현대인에게 '음악'은 삶의 여러 부분과 맞닿아 있다. 길거리를 거닐 때도, 카페나 식당에서도 분위기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그리고 일정한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는 분위기를 반전하는 효과로 적용된다. 바로 그 순간에 'Music is my life'는 현실이 된다. 

 

한편 계절마다 떠오르는 곡이나 과거에 좋아했던 노래는 주기적으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찾아온다. 당시의 감각은 사라지는 것이라 시간이 흘러도 그 형태만 달라질 뿐, 어쩌면 무한 속에서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들은 청자에게 특정한 주제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감과 위로, 또는 사랑과 슬픔 등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그렇게 축적된 음악들이 선사하는 가장 큰 황홀경은 지극히 개인적일지도 모르는 일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연결 짓는 것이다. 좋아하는 곡을 더 크게 확대보거나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과정은 모두 '나'를 대입해 보는 일들의 연속인데, 여기서 존재 이유라던가 삶의 의미 등을 깨닫기도 한다. 이로써 음악을 듣고 감동받거나, 행복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음악은 더욱 유의미해진다.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 그 자체로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다 심층적으로 읽을 수 있는 '가사'는 이른바 창작자의 의도와 창작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큰 단서가 된다. 발매되는 앨범은 큰 주제를 지니며, 또다시 곡마다 담겨있는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다채로운 빛을 내는 많은 이들의 '음악' 세계가 더욱 궁금해졌다. 여러 매체에서 만난, 공통된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글과 문장을 읽으며 그 세계가 한층 더 확장되는 기분마저 들었는데, 저마다 지닌 여러 형태의 감각과 감정만큼이나 폭넓은 해석에 놀라곤 했다.

 

최근 몇 년간, 그 의미에 이름을 붙여준 「(하루의) '숨'을 불어넣을 노래」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완성된 한 편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싶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모두 한 가수의 노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을 듣고 이 음악의 배경을 떠올려보는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끝내 이 글로써 구현되었음을 밝히고 싶다. 공통으로 사랑의 모양,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타인, 상대방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서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더욱 뚜렷해졌다. 

 

 

 

 

나는 나와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거워지는 마음들을 조금은 가볍게 여기며 가난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습니다.

 

_ 앨범 소개 글

 

 

'2021년'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소개할 《바람》은 드라마 OST로 공개되었고, 내게는 '최유리'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해준 노래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듣게 된 목소리가 단번에 귀를 사로잡았고, 그 뒤로 바로 검색해서 찾아봤던 기억이 남아 있다. 특히 극 중 인물들의 서사와는 물론이고, 극의 주요 배경인 '바다'와 노래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사를 보면 《바람》의 의미 역시 앨범의 소개 글과 연결된 듯하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놓인 아픔과 말들에만 무게를 두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그래서 화자는 바람같이, 좀 더 가벼운 마음을 지니고 싶어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혹은 삶에 대한 집착, 좋게 이야기하면 관심과 사랑. 

나무는 숲, 땀과 눈물은 바다가 되고 싶어 한다. 

그게 우리의 삶이라면 나는 바다이자 숲이지 않을까.

서로의 바다와 숲이 되어 삶을 유영하는 아름다운 상상을 해보길 바라며. 

 

_ 앨범 소개 글

 

 

언젠가부터 '유영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일)'이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꽤 오랫동안 집중하며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의미 그대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생각이나 마음들이 떠올랐는데, 비슷한 느낌의 단어를 또 찾다가 '부유(행선지를 정하지 아니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만큼이나 '유영'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상은 꽤 인상적이었다. 바로 '물속에서 헤엄치며 놂'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과 가까운 어느 곳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해 여름, 앞서 언급한 이 단어의 모든 의미가 투영된 듯한 앨범 『유영』 이 발매되었다. 앨범에 수록된 곡은 《숲》과 《바다》인데, 때마침 숲과 바다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곡들에 더욱 마음이 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2022년'을 기억하는 노래로 두 곡을 떠올렸고, 또한 이 음악과 함께 보았던 수많은 《숲》《바다》는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고작 키 작은 나무에 불과했다'는 《숲》의 소개 글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이들을 이루는 하나의 숲을 보았다. 나무가 가득한 곳, 밑에서 위를 바라보면 수많은 나무가 이루어낸 '숲'이 보이는데, 노래를 들으며 이 장면이 꽤 오랫동안 잔상에 남았다. 

 

 

 (···)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_《숲》 가사 中

 

 

한편 '우리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향한 땀과 눈물을 흘린다면 당신 또한 바다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다》의 소개 글은 혼자가 아닌, 타인 그리고 소중한 이를 위한 마음이 모이거나 자신을 알아봐 줄 단 한 사람이라도 이곳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바다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거 같다. 

 

모든 물은 흘러 바다에 모인다는데 당신을 향한 마음이 그곳으로 흘러간다면, 서로의 바다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

 

우리 한 발씩 그대로 있었고

땀, 작은 눈물이 고여

모든 사람들 헤엄칠 수 있게

큰 바다가 될 때까지


곱게 놓여진 우리의 추억이

드넓었던 세상에서

너를 올려주면 고운 그대 저 바다에

닿게 될 거야

 

_《바다》 가사 中

 

 

 


한없이 어리고 나약한 나의 방황을 부디 청춘이라 불러주세요.

 

_ 앨범 소개 글

 

 

'2023년'을 기억할 곡 중 하나로 《방황하는 젊음》을 소개하고 싶다. '청춘'이라는 이름만으로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어느 때를 회고하게 만드는, 아슬하게 줄타기는 이어가는 듯한 (나의) 청춘. 이때쯤이면 끝날 거 같은 '방황'의 길은 때때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나이대, 아니 삶을 살아가면서 어쩌면 '방황하는' 청춘의 시절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달리한 채 반복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마음에 잠기게 된 지금의 겨울에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홀로 있고 싶은데, 누군가 옆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딘가 무작정 걷거나, 잠시 멈춰서 멍하니 생각에 잠긴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모든, 우리들의 《방황하는 젊음》에 안녕의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그리고 이를 나의 '청춘'이라 말해본다. 


 

(···)

 

아 나의 젊음은 뭔가

무겁지 않아 가벼움도 모른 채

멍한 마음에 놓쳐가도

괴롭지 않으려 애써야 해 그거면 돼

 

손 닿으려 애써도 난 그게 안 돼

어르고 달래도 부족해져가는 마음

아직 어리고 나약한 게 나라는

철이 없는 마음이 나의 젊음이라 말해줘

 

난 아직도 어렴풋이 휘청이는

어린 젊음에다 들려오는 말을 담고

손잡으려 애써보는 나이지만

아직 어려버린 나의 청춘이라 말해주렴

 

 _《방황하는 젊음》 가사 中

 

 

[안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