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재된 욕망의 분출: 자유와 해방을 부르짖다 – 루시 ‘Boogie Man’ [음악]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도전을 지속하는, 루시의 6번째 싱글 [Boogie Man]
글 입력 2023.12.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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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엔 부기맨이 찾아와 나를 잡아간대

깊고 어두운 옷장 속에

 

 

 


루시(LUCY) 싱글 [Boogie Man]


 

1. 루시 'Boogie Man' 자켓.png

 

 

12월 5일, 루시(LUCY)가 180도 달라진 으스스한 매력으로 돌아왔다. 미스틱스토리 소속 밴드 루시(LUCY)는 2019년 JTBC '슈퍼밴드'에서 처음 결성되어 준우승을 차지한 록 그룹으로, 신예찬(바이올린), 최상엽(보컬, 기타), 조원상(프로듀싱, 베이스), 신광일(보컬, 드럼)의 네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다채로운 분야를 아우르는 이들은 2020년 5월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개화'를 시작으로 '조깅,' '선잠,' '히어로'까지의 사계절 서사를 완성하며 특색 있는 음악 활동을 펼쳐왔다. 이후 2022년 8월에는 첫 정규 앨범 [Childhood]를 발매하며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했으며 드라마 OST 분야까지 섭렵하기에 이른다.

 

이때, 이어지는 루시의 여섯 번째 싱글 [Boogie Man]은 그룹 활동에 있어 색다른 시도이자 일종의 터닝포인트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신보와 동명인 타이틀곡 ‘Boogie Man’이 기존 루시의 청량함 대신 파격적인 emo-pop 장르의 강렬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처럼 과감한 이미지 변신과 도전을 통해 책임으로부터 비롯된 안락함에서 벗어나 불투명한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이 글의 독자인 당신을 루시가 초대하는 옷장 문 너머 ‘해방의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루시 ‘Boogie Man’ (2023.12.05.)


 

우선 본격적인 뮤직비디오 해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루시의 'Boogie Man' 스토리 필름과 무드 필름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1번째 스토리 필름을 통해 우리는 이번 신보의 중심인 ‘부기맨(Boogie man)’의 존재에 관한 괴담을 전해 듣는다. 부기맨은 미국과 유럽 괴담에 자주 등장하는 '벽장 속 괴물'로, 흔히 어두운 밤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아이들의 발목을 끌고 옷장 속으로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이때, 부기맨은 특별히 정해진 형체가 없으며 문화에 따라 그 개념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어 아이들의 공포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루시는 이런 부기맨 괴담의 고유한 특징을 잘 녹여내면서도, 그 미지의 존재를 ‘내 안의 또 다른 욕망’으로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그룹만의 개성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다. 이에 두 번째 스토리 필름에서는 1편에서 괴담을 전하던 여성 화자가 옷장 속으로 사라진 이들에 관한 의문을 표출하며 오늘밤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당신은 과연 ‘이불 속으로 발목을 숨길 것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뒤이어 공개된 무드 필름에서, 위 질문에 대한 루시의 대답은 ‘직접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로 전달된다. 하지만 영상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보면, 옷장 문 앞에 선 루시의 멤버 신예찬은 문을 열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망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왜 문을 열기를 주저한 것일까?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결국 문 너머로 나아가길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제 그 이야기를 뮤직비디오로 자세히 확인해보자.

 

 

 

부기맨: 자유를 향한 갈망, 해방으로의 초대


 

3. 'Boogie Man' MV 컷 모음.jpg

  

 

이불 속 떠는 게

다 보이네

삐져나온 그 발목은

끌고 가라는 거지?

 

 

뮤직비디오는 마치 일정한 속도로 반복되는 메트로놈처럼 규율과 규칙에 얽매여 순종적으로만 살아왔던 신예찬을 루시의 나머지 세 멤버들이 옷장 너머로 끌어들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즉, 최상엽, 조원상, 신광일의 세 멤버들이 바로 부기맨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런 날엔 부기맨이 찾아와 나를 잡아간대

깊고 어두운 옷장 속에 스르르르

그래 날 데려가 줘

차라리 너와 저 너머로 도망칠래

그럼 나도 부기맨

 

 

그렇게 자발적인 의지가 없는 채로 넘어온 옷장 너머에서, 신예찬은 여태 안락함으로 가득하다 생각했던 자신의 삶이 실은 온갖 의무와 책임으로 뒤덮여 그를 짓눌러오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내 잊혔던 압박감에 무력하게 가라앉던 찰나, 부기맨이자 루시의 멤버들은 그들의 '검은 손'을 내밀어 다시금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준다. 이후 그들은 반복되는 과제와 업무를 집어 던지고, 아늑함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속박하던 침실을 엉망으로 만들며 끝내 자신들을 속박하고 조종하던 어깨 위 ‘붉은 실’들을 ‘가위’로 잘라내기 시작한다.

 

 

내일 밤엔 부기맨이랑 같이 널 잡으러 갈게

깊고 어두운 옷장 속에 스르르르

그래 내 손 잡아줘

차라리 나와 저 너머로 도망칠래?

그럼 너도 부기맨

 

 

그렇게 뮤직비디오의 끝에 다다랐을 때, 신예찬은 여태 자신의 눈을 가리던 베일을 스스로 끊어내며 부기맨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동시에 위 가사를 토대로 추측해볼 수 있듯, 신예찬을 구원해준 루시의 나머지 멤버들 역시 과거 다른 부기맨에 의해 구원을 얻은 입장이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루시의 모든 멤버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준 이들처럼 이제는 그들이 ‘너’를 찾아갈 차례임을 암시하며 곡을 마무리한다. 즉, 루시는 팬들을 향해 손을 내밀며 이 곡으로 함께 자유와 해방의 순간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이처럼 부기맨은 루시의 곡 안에서 ‘어쩌면 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었을, 스스로도 두려워할 정도의 강렬한 욕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공포스러운 존재가 나를 유혹하는 개념이 아니다.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내면의 갈망이 터져 나오며 자유를 통한 해방감을 알려주는 것, 즉 내적 성장과 진취적인 도전으로 향하는 한 장면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검은 손과 붉은 실: 드디어 되찾은 ‘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으로의 질주


 

4. 루시 싱글 컨포.jpg

  

 

그렇기에 뮤직비디오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처음 이불 속에 숨어있을 때만 하더라도 순백색에 가까웠던 신예찬의 손은 이내 자신을 옷장 속으로 끌어당긴 부기맨의 손과 같이 검게 물든다. 이는 결국 자신의 내적인 욕망을 꺼내 직면하고, 그를 온전히 수용함으로써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왔다 갔다 아래 위로

대롱대롱 매달린 채

이도 저도 못하면서

서성이는 게

마치 여기 저기 피하면서

떨고 있는 걸로 보여

 

 

더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을 이리저리 휩쓸던 발목에 감긴 ‘붉은 실’을 직접 잘라내기에 이른다. 본래 붉은 실은 연정을 품은 두 남녀를 이어준다는 중국 설화에서 시작되어 동아시아 인근에 널리 퍼진 미신적 문화요소로, 오늘날에는 인연으로 강하게 엮인 자들을 이어주는 운명적 기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Boogie Man'에서는 나의 발목에서 시작해 부기맨의 손까지 이어진 붉은 실이 나와 내 안의 욕망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임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붉은 실’을 자르는 행위는 내재된 욕망의 회피나 억제가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 더 이상 타인이나 처음 맛보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조종당하지 않는 자아의 주체성 회복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제 진정한 '나'로서 중심을 잡은 그들이 타오르는 불길과 같은 ‘열정’을 내면에서부터 해방시켜 음악으로 강력히 표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치며: 눈앞의 편안함에 눈이 멀 것인가, 힘겨워도 발전적인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포근한 이불 속에서 느끼는 따뜻한 아늑함, 이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안주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편안함은 우리 삶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숨통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발전을 저해하는 방해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곧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도 모르는 새 스스로를 옥죄는 밧줄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누군가는, 안락함을 포기하고 굳이 가시밭길로 향하길 자처하는 이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주어진 일만 적절히 처리하는 방식으로도 삶을 살아가기에는 충분하지 않냐며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물론 그러한 유동적인 삶의 방식은 확실히 편리하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발전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편리한 삶에 단순히 싫증을 느꼈거나 눈앞에 펼쳐질 역경을 예상하지 못한 안일함으로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더 큰 수확을 위해 언뜻 무모해 보이는 여정을 떠났으며 끝내 굳은 의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실을 맺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불 속에 발목을 숨기지 않는 것을 넘어, 오히려 스스로 옷장 문을 열고 나아가는 루시의 적극적인 행보는 큰 의의를 지닌다. 이는 '부기맨'에 비유되는 내 안의 욕망을 받아들여 자신이 꿈꾸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자발적 의지로까지 확장하는 능동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그들은 오직 ‘나’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자유를 바라는 내면의 존재를 잊거나 의식적으로 억눌러오던 다른 이들의 각성마저 응원한다. 그렇기에 바로 이 점이 루시가 이어가는 음악 활동의 원동력인 것이며 듣는 이가 이처럼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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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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