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다짐 앞에 [사람]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언니’의 용기
글 입력 2023.11.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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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다짐할 때 생각하곤 하는 무언가 있지 않은가? 가족의 위로일 수도, 좋아하는 노랫말일 수도,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다. 누군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난할지언정 착실히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에게도 그 존재가 있다.

 

잘 해내다가도 이따금 조급해질 때마다 그를 생각한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기억할 사람. 나의 조급한 마음에 뒤따르는 다짐처럼 항시 떠오르는 그때. 더 많은 이가 그러한 존재를 찾길 바라며 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때는 4년 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한 시기에 ‘언니’를 만났다. 네 살 차이가 나는 그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강한 인상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그것은 첫인상에서 그쳤다. 4년을 더 살아온 언니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신보다 어린 선배들과도 어려움 없이 지냈다. 몇 주 흐르지 않았지만 나는 언니를 많이 따랐다.


자유와 의무가 함께 주어지는 시기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전진만이 유일한 해결법이라고 생각했기에 계획을 세웠고 그것을 착실하게 지키며 살아갔다. 하지만 빠듯한 계획 앞에 쉽게 지쳤고 성공의 의미와 목적을 잃었다.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정한 그는 어린 동생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는데, 사실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보면 한두 살이, 일이 년이 커 보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 그러니까 여기 왔지.”


언니는 지금껏 해 온 것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시작을 맞이한 그를 만났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와 의무 앞에서 겁을 먹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와 함께 걸어갈 길도 틀린 경로는 아니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 따로 있었다. 언니는 말했다.


“내가 너라면 뭐든 해볼 것 같은데?”


그 말에 용기 내어 도전한 길은 언니와 함께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전해준 용기로 그와 헤어지는 길을 택했다. 이후 4년이 흘렀다. 나는 또 다른 세상으로 향했고 그곳에서도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을 건네며 지은 언니의 미소와 우리가 지나던 초록색의 복도,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목소리까지. 잊을 수 없고 이따금 기억하며 잊지 않으려 한다. 언니 덕분에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기 위해 도전할 수 있었고, 흘러가는 시간에 조급해하지 않고 쉬어갈 수 있었다. 조금 더 ‘나’를 위한 선택을 고민할 수 있었다.


4년이 흘러 그때의 언니와 같은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째서 언니가 그런 용기를 보일 수 있었는지, 진지하고 다정한 위로와 조언을 건넬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듯하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인생은 길다. 혹자는 삶에도 정해진 ‘때’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삶에서 그 ‘때’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다. 4년 전 그때는 나의 인생에서 다시 시작할 ‘때’였고 지금은 그 선택을 책임지고 있다. 이따금 조급해질 때마다 언니와 함께했을 미래를 그려보고는 하지만 언니는 항상 같은 조언을 한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그대의 창조와 삶의 끝에 함께 하리

그대의 자리가 어딜지라도 관대 하리

결국 시련의 끝에 만개하리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끝은 창대하리

 

so far away (Feat. 수란 (SURAN)) - Agust D

 


그와 닮은 노랫말을 곱씹어 본다. 추워질 때면 생각나는 음악을 들으며 언니의 말을 꺼내어 본다. 그가 남겨준 말을 되새긴다. 이제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때가 왔다. ‘뭐든 해보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자 한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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