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다음 실수가 궁금하다 - 에르베 튈레 색색깔깔 뮤지엄 [전시]

실수는 어린이만의 영역이 아니라 어른의 영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글 입력 2023.11.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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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튈레전_포스터(세로).jpg

 

 

2023년 11월 3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기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에르베 튈레展 색색깔깔 뮤지엄은 에르베 튈레의 시그니처가 된 선(Line), 동그라미(Dot), 낙서(Scribble) 그리고 얼룩(Stain)등 시각적 언어로 창작된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국 뉴욕, 이탈리아에서 전시된 초대형 원화작품과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감각을 활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복합 예술작품, 그림책이 현대미술과 만나 공간, 미디어아트 공간 등으로 구현된 독창적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및 영상작품 등 작품 약 250점을 선보인다.

 

“아이들의 일은 노는 것이다. 실수해도 된다. 실수에서 깨달은 거다” - 에르베 튈레(Hervé Tullet)

 

이외에 에르베 작가가 이번에도 방한해서 관람객들과 직접 예술로 소통할 예정이다. 국내 최고의 창의적 예술체험프로그램, 작가와의 아트워크숍,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온 가족이 창작자가 되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재미있고 잊지 못할 예술 전시를 즐겨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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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튈레 사진.JPG

  

 

어렸을 적, 낙서를 참 좋아하던 어린이가 있었다. 그 어린이는 낙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낙서를 사람들이 사랑했고, 자기표현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주로 하얀 벽을 사랑했다. 그 위에 낙서를 그리면 그림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사랑을 의미하는 하트를 그리는 것을 애호했다. 하트는 빨간색이어야 하고, 둥근 모양을 지녀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아이의 하트는 각지기도, 깨지기도 더불어 다양한 색깔을 지닌 하트였다.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어렸을 적 우리 집의 벽을 또 다른 스케치북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난 이번 전시 <에르베 튈레의 색색 깔깔 뮤지엄>이 왜 인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앞서 글에서 언급한 에르베 튈레의 한 마디를 다시 한번 살펴볼까.

 

“아이들의 일은 노는 것이다. 실수해도 된다. 실수에서 깨달은 거다”

 

그의 작품과 이번 전시의 모토를 살펴보았을 때 아이들이 가장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 실수임을 깨달았다. ‘실수는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만을 도출할 것이다’라는 현대의 고정관념은 에르베 튈레는 마구 헤집고 있었다. 특별히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형성해 나가는 성장 과중에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주입되는 정답이 아니라 실수를 통해 스스로 찾는 자아 존재감이 아닐지.

 

그의 작품 중 가장 ‘실수’를 잘 나타낸 작품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에르베 튈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블롭’이다. 처음에 블롭을 마주했을 땐 네잎클로버가 생각났다. 그러나 한 십분이 지나면 블롭은 나비로 보이기도, 아이의 손바닥 같기도 하다. 작품의 외관을 제외하고 안쪽에 구체적인 선이 그려져 있지 않기에 아이들과 어른들로 하여금 블롭을 자신의 상상력에 맞추어 새롭게 형성할 수 있게 한다.

 

 

Three Dots, Biblioteca Salaborsa, Bologna 2022.jpg

 

 

참으로 미묘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정답이 없는 작품은 머리 아픔을 동반한다. 그래서 앞에 앉아 같이 간 동반인과 30분가량 토론한 것 같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특별히 아이들은 전시장을 마치 놀이터처럼 즐겼다. 그러한 공간에서 이 작품의 정답을 찾기 위해 친구와 토론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실수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내가 과거에 했던 낙서라는 실수, 정답을 찾으려는 지금의 실수. 이 모든 실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또 성장시켰다. 아마 지금보다는 다음이 더 나은 감상을 낳고, 미래에는 내가 창작의 영역에 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이 어떤 모습이든 실수가 거듭될수록 나는 더 크고 있었다.

 

이것이 에르베 튈레의 의도가 아닐지. 단순히 어린이만 즐거워할 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많고 다양한 실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성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실수는 어린이만의 영역이 아니라 어른의 영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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