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아노곡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음악]

글 입력 2023.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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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수만 가지의 감정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몇 개 혹은 몇십 개의 곡을 선택해서 감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담겨있고,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를 알 수 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때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신나는 분위기의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K-POP은 항상 빼놓을 수 없다. 사람마다 음악 듣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나는 한 아티스트 곡에 빠지면 그 아티스트의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들어보는 편이고, 자주 찾게 되는 앨범은 고정을 시켜놓는다.


고정되는 앨범은 두 개인데, 몇 년 전부터 신나는 음악으로 가득하던 플레이리스트를 제치고 항상 고정되어 있는 앨범이 있다. 바로 피아노 앨범이다. 피아노 곡이라면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나도 이 피아노 앨범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 피아노 앨범을 통해서 피아노곡도 매력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을 시작으로 추후에 피아노 앨범들을 더 찾아듣게 되었고,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앨범을 묻는다면 항상 이 앨범을 언급하며 꼭 들어보라고 추천한다.


피아니스트 윤한의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앨범이다. 앨범의 모든 곡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애정 하는 2곡을 소개해 보려 한다.


 

 

바람의 왈츠


 

 

 

바람의 왈츠라는 곡은 타이틀곡이기도 하며, 이 앨범의 모든 곡을 듣게 만든 곡이었다. 앨범 설명에 따르면 경쾌하고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어느 일요일 오후의 낮잠 같은 곡이라고 한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곡의 설명처럼 편안함이 느껴졌고, 휴일에 가족 또는 친구들과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으며 하하 호호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 곡은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들으면 가장 좋은 곡이다. 반복되는 멜로디가 마치 우리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투영한 듯하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멜로디로 이 곡을 들으며 창문 밖을 바라보면 매일 보던 풍경도 달리 보이게 된다. 바람의 왈츠는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특별함을 만들어준다. 


최근 신나는 노래들은 대부분 빠른 비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듣다 보면 질리기도 하고, 힐링하려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정신이 혼란스러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곡은 쿵짝짝, 쿵짝짝 왈츠 4분의 3박자가 반복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어느 날, 한 지역의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미술관까지 걸어가는 동안 미술관 주변 거리의 소음이 심했다. 그때 미술관에서 이 곡이 틀어져 있었는데 이 곡을 듣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작품을 더 깊게 향유할 수 있었다.


 

 

사려니숲


 


 

 

사려니 숲은 윤한 피아니스트가 여행에서 직접 채취한 asmr 사운드를 입힌 노래이다. 자연 그대로를 담은 듯한 asmr 사운드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푸른 풀숲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자연의 고요와 평화가 느껴진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 시절 나에게 자연은 무섭고 거대한 존재였다. 자연재해에 관한 뉴스를 볼 때면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웅장하다고 느끼는 풍경도 때로는 나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며 출구 없는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곡을 듣게 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 과거에는 쏟아지는 폭우가 무서웠다면 지금은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음악은 무언가를 극복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듯하다. 


사람들마다 음악을 듣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사에 더 중점을 두거나, 멜로디에 더 중점을 두거나. 하지만 피아노 곡은 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피아노 음악에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들을 때 정해진 가사가 없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나만의 감정을 무한대로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는 지극히 사적인 지금, 이 순간의 나의 감정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마련하자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삼키는 것에 익숙하다.

 

이 음악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해보길 바란다. 이 앨범이 당신의 마음 한편에 숨어있었던 감정을 불러일으켜 줄 것이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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