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같은 음악, 다른 떨림 [힙합/클래식]

칵테일바에서 자작곡으로 공연한 후기
글 입력 2023.10.1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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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대전의 한 칵테일바에서 흑인 음악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자작곡으로 무대를 섰다. 바의 규모는 작았고, 관객은 어림잡아 40명 정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내 무대가 불만족스러웠다. 하나의 흑역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피와 살이 되는 경험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성을 얻은 것 같아서 이날이 마냥 밉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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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인 바이올린 무대는 수도 없이 섰지만, 힙합 공연은 아직 나에게 많이 낯설다. 그렇지만 클래식이든, 힙합이든, 같은 ‘음악’이기에 당연히 비슷한 방식으로 공연 준비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클래식과 힙합의 가장 큰 차이는 ‘관객과의 소통 방식’인 것 같다. 클래식은 관객과의 소통이 간접적이거나 적은 편이다. 인사와 퇴장할 때 빼고는, 관객과 시선을 마주칠 일도 없다. 그러나 신나는 힙합 공연에서는 호응 유도가 필수이다. ‘공연자’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나는 그 부분이 너무 자신 없었다. 특히, 내 곡은 신나는 곡이 아니어서 더 걱정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현실적인 목표를 마음 속에서 계속하여 되뇌었다. ‘다른 건 걱정하지 말고 그냥 목각 인형처럼만 서 있지 말자.’

 

세웠던 목표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무대를 넓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경험이 많은 다른 친구들처럼 뛰어놀면서 즐기는 것까지는 못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으로 무대를 걸어다니며 태연한 척 했다.

 

그러나, ‘노래’ 자체가 아닌 ‘환경’과 '보여지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하느라 잔 실수가 여러 번 발생하고 말았다. 다행히 티는 별로 안 나게 넘어갔지만, 가사가 생각이 안 나서 개사하여 부르기도 했다.

 

예전에는 "쇼미더머니"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사를 까먹는 래퍼들을 보며 '저건 연습 부족이다' 생각했었다. 연습이 탄탄히 되어있으면, 적어도 바이올린 무대에서 만큼은 '악보를 까먹는' 실수를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사가 없는 멜로디 라인을 노래하는 악기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찌 됐든, 이번 공연을 하면서 처음으로 '모든 실수를 연습 부족으로 치부할 순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고, '나만 잘하면 되는' 판이 깔려있는 클래식에 비해 힙합 무대는 훨씬 산만하다. 그날의 무대 또한 혼란의 연속이였다. 마이크가 수차례 꺼지기도 했고, 음원의 박자가 미세하게 밀리기도 했다.

 

'무대를 잘할려면 어느정도의 깡이 필요하구나' 절실히 느꼈던 날이었다. 이 점은 클래식도 해당이 되지만, 힙합 무대라면 더더욱!

 

공연을 마친 후 배운 2가지 교훈을 독자들에게 공유해 보려고 한다.

 

1. 힙합 공연은 '외부 환경'의 영향이 큰 편이라서, 돌발 상황도 어느 정도 대비 해놓고 있어야 한다. 특히 악기에 비해, 마이크는 말썽부릴 확률이 높으므로, 장비에 대한 안심은 언제나 금물이다.

 

2. ‘외부 환경’에 정신 팔려서 ‘노래’에 집중 못 하면 실수가 발생한다. 클래식은 공연이 끝난 후에야 관객의 반응이 드러나지만, 힙합은 즉각적으로 보인다. 신경이 쓰이더라도, 중심은 언제나 '음악' 그 자체여야 한다. 노래를 몸에 맡기기보다는 흐르는 음악을 의식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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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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