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각난 죽음들의 몸은 비명한다 - 괴물B [공연]

글 입력 2023.10.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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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괴물B_포스터.jpg

 

 

하루 종일 누군가의 아우성이 들리는 몸이 있다.

 

훼손된 몸의 조각들이 기워진 파편의 모음, 괴물 ‘B’다.

 

연극 <괴물 B>는 산업 재해로 잃은 몸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종(種)인, 성별도 알 수 없는 괴물 B의 이야기를 다룬다.

 

‘B(非) 인간’이자 ‘B(非)정상’인 그의 몸은 기계에 끼어 잘려 나간 누군가의 팔과 다리, 공장 화재로 타버린 누군가의 가슴, 날리는 분진에 망가진 누군가의 폐와 간 등으로 이루어져, 육신의 파편들이 담은 사고 순간의 기억과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낀다.

 

몸 조각의 주인들이 죽기 전까지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 그의 일부가 되어버린 고통을 감내하며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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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폐공장에서 ‘연아’를 만난다.

 

배달 일을 하는 연아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자기 인식과 그 실상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자율적으로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고 믿지만, 환청이 들릴 정도로 쉴 틈 없이 울리는 알림에 주의를 곤두세워야 하며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도 가지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폐공장에 쉬려고 온 연아가 배달 알림을 보며 “하나만 더 뛸까” 고민하자, B는 보다 못해 “쉬러 왔으면 좀 쉬지 그러냐”라며 핀잔을 가장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B는 연아에게 한 사람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연아는 단서들을 짚어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산업 재해 노동자들을 발견하게 되고, 어릴 적 아빠의 실종도 B의 삶과 관련 있을 수 있겠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B의 일부인 산업 재해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침묵을 강요 받았고, 모종의 이유로 실종된 이들은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았다. 그들이 사고를 문제 삼는 순간, 기업은 ‘치부’를 들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물 B>에서 노동자들은 끊임 없이 소리 낸다. B의 일부가 되어 비명 지르고, 자신이 노동 현장에서 겪은 고통을 계속해서 증언한다.

 

B는 그들의 증언이 새겨진 살아있는 기록이다. B는 그들이 내는 비극적 소리를 견디다 못해 죽기 위해 그들을 찾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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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괴로워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그들이 컨베이어벨트 레일 위를 걷다가 레일에서 내려와 힘겹게 숨 쉬는 장면으로 끝난다. 첫 장면에서는 타인의 고통처럼 느껴지던 산업 재해의 상흔은 마지막 장면에서 어느새 B의 것, 그리고 관객들의 것이 되어 있다.

 

이틀 전, 새벽에 택배를 배송하던 노동자가 숨졌고, 작년에는 20대 노동자가 공장 기계에 끼어 숨졌다.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노동자가 각자의 노동 현장에서 다치거나 죽었다. 육체적×정신적 손상을 단번에 혹은 점진적으로 입으며, 예견된 죽음을 맞이한다.

 

지켜지지 않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자들의 위험을 외주화하는 하청 구조, 자본과 효율성이 최우선인 노동환경들은 노동의 위험을 자연화한다. 위험에 따른 상해와 죽음은 자연스러워진다.

 

산업재해로 인해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산재로 인정받기 전 사망한 노동자들도 다수다. 산재 처리에 드는 조사 시간이 길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제때 치료비도 받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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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연스러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또 다른 ‘B’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산재는 개인의 사고가 아님에도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되고, 개인의 탓으로 돌려진다. 그러나 산재는 명백히 사회적인 죽음이다.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에서 저자(신다은)는 “생산과 효율이 안전을 압도할 때 사고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산재를 우리 모두의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보다 생산성이 중시되는 사회에 대한 반문, 그리고 노동자를 경시하는 고용주에 대한 경계와 비판, 그리고 산재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와 추모. 그렇게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사진: 촬영 김솔, 제공 극단코끼리만보

 

 

[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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