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힘’을 가진 문화예술

글 입력 2023.10.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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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문화예술 작품을 향유한다. 간편하게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낀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은 문화예술을 사랑하게 된다. 왜일까? 어떤 이유에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것일까. 문화예술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토록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평생을 바쳐 열렬히 사랑해 온 한 사람으로서 말해보겠다. 문화예술은 ‘힘’을 가진다.


문화예술 작품은 일종의 ‘마중물’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습득하거나 실천하는 것, 즐거움이나 위로를 찾는 것의 시작을 함께한다. 우리는 문화예술 작품을 향유하며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은 곧바로 우리 삶의 힘이 된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힘, 배우고 실천하는 힘, 슬퍼하거나 즐기는 힘. 문화예술 작품을 통해 펌프가 작동하며 많은 것들을 끌어올린다.


펌프질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도서, 공연, 영화, 음악 등 어떠한 콘텐츠에서도 작동하고 그 속에서 비슷한 것들을 끌어 올린다. 크기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힘을 가진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와 즐거움, 그리고 깨달음을 준다. 그것이 문화예술이 가진 힘이자 우리가 문화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는 지금껏 참 많은 콘텐츠를 접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쌓아갔다. 웹툰 ‘연의 편지’를 통해 순수했던 시절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인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관람하며 사회의 부조리한 체제를 바꾸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마냥 유토피아를 바랐던 마음을 내려두고 노력하는 힘을 얻었다. 또 다른 연극 ‘밀정리스트’를 관람한 후에는 기억의 의무를 되새길 수 있었다. 아픈 과거 속에 여전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를 지킨 독립운동가와 895명의 밀정을 기억해야겠다는 다짐이 남았다.

 

연극 ‘손님들’을 통해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느꼈고 사회에 심각한 폐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사랑과 우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지점에서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고, 드라마 ‘하트스토퍼’를 통해 우리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리의 모든 슬픔은 달래져야만 한다던 심규선의 음악에 위로받고 삶의 버팀목을 발견했다. 김세정의 다채로운 변주와 다양한 오브제 활용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음반 ‘문(門)’을 통해 듣는 즐거움을 얻었고 성찰의 시간과 나아갈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것, 모르고 지냈던 것, 다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고 받아들였다. 어느 것은 삶을 계속 살아나갈 힘을 주고 어떠한 것들은 삶을 즐겁고 현명하게 살아갈 원동력이 되었다. 작은 묘목일 뿐이었던 나를 단단한 나무 한 그루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면 향유하지 못한다. 문화예술 작품이 ‘힘’ 그 자체가 아닌 ‘마중물’로 설명되는 이유다. 그것이 힘을 가진다는 사실은 누군가와 마주해야만 알 수 있다. 문화예술을 만난 누군가가 울고 웃으며 깨닫고 위로받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향유의 과정을 거쳐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마주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그러니 문화예술 작품이 마중물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 많은 것을 끌어올리게 한 작품을 소개하고 또 다른 이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내가 작성한 글을 통해 작품을 알게 되고 그것이 다시금 그들에게 많은 것을 안겼으면 한다. 음악을 시간여행의 장치로 소개한 글을 통해 저마다의 경험을 나눌 장이 형성되길 바란다. 터치드와 심규선을 소개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찾을 길이 되었으면 한다. 드라마 ‘하트스토퍼’에 관해 논한 글을 통해 다양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연극 ‘손님들’에 대한 글이 아동 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되기를 바란다.


이처럼 문화예술 작품을 통해 접했던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타인에게 전달되어 또 다른 문화 소비의 물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이어져 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길 기대한다. 또한, 그것이 선순환되며 개개인의 펌프질이 사회의 펌프를 작동시킬 힘이 되었으면 한다. 힘을 가진 문화예술이 사회의 마중물이 되어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처럼 개인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문화예술 작품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쓴다. 그 영향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작품을 분석하고 적절한 단어를 고른다. 사회를 논할 만큼 거창한 듯하지만, 사실은 소소한 실행에 불과한 나의 신념을 적어 내린다. 언젠가 이 글을 계기로 문화예술을 마주할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펌프질하며 길러온 물이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룰 참이다. 그 물로 더 많은 가지를 뻗으며 회색빛 사회에 푸른 빛을 선물할 울창한 숲을 만들고자 한다.


오늘도 열심히 문화예술을 사랑한다.

 

 

펌프2.jpg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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