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이 담고 있는 것 [음악]

글 입력 2023.09.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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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딜 가든 이어폰 없이는 다닐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음악 없이는 다닐 수 없다고 해야겠다. 길을 걸을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나의 귀는 항상 음악과 함께 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는 없기에 내 음악 앱에서는 자연스레 예전에 듣던 것들이 재생된다. 자주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 음악이 담고 있는 것들까지도 느껴진다.

 

 


음악은 계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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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그 무더웠던 여름에 친구들과 같이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주차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었다. 지상에 서 있든 지하 주차장에 서 있든 간에 계절의 영향이 큰 아르바이트였던 만큼, 여름을 버텨내기가 어려웠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씨에 검은 옷과 조끼를 입고 모자까지 쓴 채 일을 하려니 정말 힘들었다. 적막함 속에서 일을 하자니 더 힘든 것 같아서 참고 참다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노래를 틀어 놓은 휴대폰을 근무복 주머니 안에 넣어두고 일을 했었다.


여름을 버티기 위해 청량감이 느껴지는 시원한 노래를 틀었더니 신기하게도 조금 괜찮아지는 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2021년의 8월 여름이 떠오른다. 차 근처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해가 지면서 조금씩 길어지는 나무 그늘, 뻥 뚫린 길 덕에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떠오른다.

 

 


음악은 위로를 담고 있다. 



나는 심규선 가수를 좋아한다.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음악적 분위기도 너무 좋지만, 무엇보다도 깊이 있는 가사가 마음을 울린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앞두고 마음이 한창 싱숭생숭할 때 심규선 가수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피어나>였다.


 

한 조각 햇빛도 들지 않는 그런 캄캄한 궁지에

바람을 타고서 날아왔나 작고 외로운 꽃씨

어둡고 후미진 골목에서 넌 뿌리를 내렸지

이 세상이 더 이상 낙원이 아니라도 꽃은 피어나

매일 아프고, 두려운 일들에 짓밟혀도 꽃은 피어나

멍든 가슴에 오래 맺힌 꽃 터지듯 병든 이 세상에

너의 향기로 너의 몸짓으로 디디고 일어나 피어나

 

- 심규선(Lucia), <피어나> 중

 

 

어떤 일이 있어도 어쨌든 꽃은 피어난다는 노랫말은 불안해했던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아직도 당장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생각이 많아질 때 가끔 이 노래를 듣곤 한다. 수험생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래, 그때도 잘 넘어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은 장면을 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을 볼 때 삽입되는 OST를 굉장히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내 눈에 보이는 장면들과 음악이 어우러져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가끔은 가사 없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영화 삽입 OST들을 자주 듣곤 한다.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영화 속 장면과 색감, 그리고 그 장면이 느끼게 해주었던 감정까지 떠오른다.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들으면 죽어가는 수연을 모른 채 돌아서는 수미의 모습이 나타나고, 어딘지 모르게 푸석한 느낌이 났던 영화의 색감이 떠오른다(영화 ‘장화, 홍련’). <먼 길>을 들으면 하얀 꽃밭을 지나 한양으로 떠나는 장생과 공길의 모습이 떠오르며 뭉클한 느낌이 든다(영화 ‘왕의 남자’).

 

 

[크기변환]장화, 홍련.jpg



음악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그 음악의 힘을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음악이 담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난 뒤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음악을 더욱 자주 추천하게 되었다. 내가 들었던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손 편지를 쓸 때도 노래를 추천하는 추신을 적을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 싶을 때, 음악은 방해가 되는 모든 경계를 허물며 최고의 전달자로 자리매김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한 곡 한 곡을 소중하게 음미할 예정이다. 내 플레이리스트 속 음악들이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그렇게 내 플레이리스트가 하나의 아카이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에디터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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